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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충신보다는 간신이 각광받는 세상

김창식 2021. 4. 1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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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마치 지금이 충신보다는 간신이 각광받는 세상으로 써놨지만, 사실은 항상 충신보다 간신이 각광을 받아 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팩트폭격을 수없이 날리는 쓴소리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간신배들에 놀아나서 국고를 탕진하고 나라를 망쳐먹은 왕들이 제법 즐비하다. 사례를 언급해봐야 무엇하랴. 현대사회에는 간신배와 왕의 관계라고 할 것은 없겠으나, 개개인에게 이런 관점을 적용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사회문제를 보는 관점에서 말이다.

 

특히 이런 맥락을 잘 볼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다. 이런 것들은 대체로 포털사이트 등의 댓글에서 잘 나타난다. 민감한 문제일 수록 자신의 입맛에 맞는 댓글에 더욱 격렬하게 열광한다. 

 

최근에 가장 대표적인 이슈라고 몇가지 꼽는다면, 국가나 인종 등에 대한 비하 및 차별의식, 성대결, 종교에 대한 비타협적 사고, 정치적인 분열 등이다. 예를 들면, 중국비하, 페미니즘, 이슬람 배타주의, 좌우놀음 등이다. 꼭 지금에서만 드러나는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대체로 현재 사람들이 분노하는 부분은 이런 곳에서 나오는 듯하다.

 

사실 이런 이슈에서 사람들이 펼치는 논리는 생각보다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의 안하무인격인 태도에 한국인들이 발끈하는 것도 당연하고 래디컬 페미니즘이 득세하면서 사실상 별 생각 없던 30대 이하의 남성들이 피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나, 자신들 외에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고 강요하는 이슬람 등등... 뭐 정치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을 것 같다. 

 

이쯤에서 주장하건대 나는 이런 분노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소위 간신배라고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현실적으로 피해를 받는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이런 주장을 하거나 옹호를 하는 것인데 뭐가 문제인가 라고 생각하면 사실 할 말은 없다. 다만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조금 고려했으면 하는 것이다.

 

딱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중국이 경제 규모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커지면서 미국과 마찰을 빚게 되고 이런 여파가 한국에도 나타나서 반중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니 사람들이 착한 짱깨는 죽은 짱개라거나, 중국산 제품은 써서는 안된다거나, 중국을 버리고 미국 등 민주국가에 철저히 붙는 포지션을 취해야 한다거나, 중국인 관광객은 받지도 말아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내놓는다. 이런 말들은 듣기에는 달콤해보이지만 실제로 그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경제에 얼마나 심각한 타격을 입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조선시대에 광해군은 폭군이라고 인정받고 폐위당해 오랫동안 푸대접 취급을 받아왔으나 대한민국에서는 중립외교를 펼쳤다는 등의 이유로 재평가를 받기도 하는 인물이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서 최대한 실리를 챙기려 했던 광해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명나라에 대한 사대만을 주장하다 삼전도에서 머리를 찧으며 항복을 자처한 인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보다는 훨씬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역사란 무릇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에 배워야 한다는데, 지금이 오히려 이런 중립외교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중국인들이 우리에게 있어서 눈엣가시 같은 존재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배타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어떻게 합리적인 대안이겠는가. 한국은 정치적, 외교적, 지정학적인 위치를 통해 현재까지 충분한 실리를 취해오고 있었으므로, 앞으로도 그런 포지션을 잘 가져가는게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연애를 할 때에도 한쪽만 밀고 한쪽만 당겨서는 밸런스가 맞춰질 수 없는데, 한국은 그런 밸런스를 더욱 팽팽하게 가져도 부족한 입장일 수도 있다. 

 

나는 사람들에게 이런 의견을 많이 개진하고는 하는데, 별로 귀담아 들을 생각이 없는 듯하다. 일단 시원한 맛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애매모호한 성질을 지닌 것 보다 그런 것이면 그런 것이고 아닌 것이면 아닌 것이라는 자세를 갖는 것을 더욱 선호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실제로 제대로 된 말을 할 수 없으니 인터넷으로라도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느냐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나는 오히려 이런 생각이 더욱 경계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거짓말이라도 같은 말을 계속해서 듣게 되면 진짜 그렇다고 믿게 된다. 본인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때리려 들면 손을 들어 막으려는 본능처럼 어느새 어떤 의견에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한다고 인식하게 된다. 그러면서 간신배들의 아부가 마음 편해지는 왕처럼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의견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것이다.

 

아마 내가 위에서 언급한 이슈들을 주장하는 것이 모두 간신배라고 말해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이 절대 다수일 것이다. 사람들은 분명히 저런 이슈 중에 어느 한쪽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을 것이므로. 하지만, 그럼에도 말하고 싶다. 세상에는 사회를 분열시키려 드는 것보다는 사랑과 관용이 넘치는 사회가 우리들에게 훨씬 이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남이 주먹을 들고 있을 때 두손 내려두고 그 사람을 포용하려 드는 것은 등신짓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보다 사회가 더 혼란스러워서 주먹 대신 칼이나 총을 들고 있는 것보다는 개선의 여지가 더 있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불편함을 감수하는 사회,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이런 사회의 구성원 한명, 한명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에 관용과 사랑이 가득했으면 한다. 또한 그런 것은 정치인들의 주도로 갑작스러운 계기로 대중들에게 각인되는 것이라기 보다는 개개인의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통해서 서서히 확산되는 것이 민주사회에 더 바람직 할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중국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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