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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국제 유가 하락과 사우디의 위기

김창식 2016. 2. 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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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저번에 다루었던 국제유가하락과 관련하여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내, 외 정세를 다루고 어떤 위기에 처해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우선 사우디의 위기에는 앙숙 이란과의 관계가 밑바탕에 깔려있습니다. 여기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관계를 통해 그 원인을 알아보고, 그 이후에 셰일 오일과 사우디와의 관계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원수지간인 이란과 사우디의 관계


 이란과 사우디는 원래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이슬람교의 2대 교파인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 사전을 참고하자면, ‘수나’의 원래 어의는 ‘교훈, 행위’ 등이었으나, 이것이 이슬람교에 전의(轉意)되어서는 ‘(이슬람교)교법, 교의, 성훈(聖訓, 하디스, 무함마드의 언행)’이란 뜻을 가지게 되었으며, 파벌로 표현될 때 ‘수니파’는 ‘정통파’로 해석됩니다. 이에 비해 ‘시아’(shī’a)의 원래 어의는 ‘분파, 종파’이나 전의되어서는 ‘수니파’(정통파)에 반하는 교파, 즉 ‘시아파’로 표현됩니다.

 거두절미하고 두 파의 분립은 다른 보편 종교들의 교파 분립과는 달리 근본 교리나 교법이 서로 달라서가 아니라, 교권이 ‘누구에 의해 이어져야 하는가’라는 문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정리를 해보자면,


수니파 – 공동체의 합의를 통해서 후계자를 찾아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및 대다수 중동국가들이 지지하는 종파. 전체 이슬람교의 약 90%를 차지한다.
시아파 – 무함마드의 혈육이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 시아파의 대부분은 이란과 이라크에 집중 분포되어 있으며 전체 이슬람교의 약 10%를 차지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내에서도 시아파가 존재합니다. 이들은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주로 반사우디적 색채를 띠고 있습니다. 과거 1987년 7월에 일어난 ‘반 사우디 왕정 시위’로 인하여 300명에 달하는 시아파가 사망하는 사건으로 시아파 국가인 이란과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는 3년동안의 국교 단절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2016년 1월 2일 사우디는 반대 종파인 시아파의 종교 지도자를 포함하여 47명을 집단 처형하였습니다.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르크 알님르'는 ‘아랍의 봄’ 당시 사우디 지도층을 비판하며 시위를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지요. 이렇듯 이란과 사우디는 종교적인 분파의 차이로 인하여 무려 1400년간의 갈등을 지속해 왔습니다. 그런데 갈등을 지속해 온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왜 이란과 관계가 악화될 것을 알면서도 시아파를 처형한 것일까요? 이는 (3)번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2) 이란과 사우디의 패권전쟁과 이란의 핵협상

 우선 이란은 과거 핵 보유국가라는 이유로 국제사회에서 외면받아 온 것이 사실입니다. 사우디의 입장에서는 이단이라 여겨지는 시아파의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외면받는 것은 쌍수들고 반길일일 것입니다. 또한 미국이 이란 견제를 위하여 사우디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왔었기 때문에 사우디는 이를 등에 업고 중동 국가들의 맹주 역할을 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2015년 7월 이란의 핵협상 타결로 인하여 급격하게 반전되기 시작합니다. 사우디를 지지하던 미국이 이란과 화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면서 사우디는 불안감을 갖게 됩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경제적인 것입니다. 이란 인구는 7800만 명으로 사우디(3080만명)의 2배가 넘습니다. 원유 매장량도 세계 5위권에 속하며 군사력도 사우디보다 우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다양한 경제제재 압력에서 벗어나 다양한 투자를 받는다면 이란은 이슬람의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를 뛰어 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사우디의 경제상황이 많이 악화될 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자국의 통치기반인 수니파의 정체성에도 많은 금이가게 되어 내부적으로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겠습니다.


 (3) 지속되는 유가하락에 따른 사우디의 위기의식 고조

 엎친데 덮친격으로 사우디는 최근 유가하락으로 인하여 내부적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난 포스팅(바닥을 치는 국제유가, 셰일 오일과 세계 석유시장의 변화)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유가하락의 원인은 주로 미국의 셰일오일 채굴기술의 발달로 인한 생산원가의 하락과 장기적인 세계 불황으로 인하여 석유의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 때문입니다. 사실 유가가 자꾸 하락하면 원유 생산국들은 생산을 감소시킴으로써 유가를 방어할 수 있는데, 원유 생산의 맹주인 사우디는 셰일오일 업체를 도산시키기 위한 치킨게임을 하려고 감산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우디의 국내총생산에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0%에 이릅니다. 계속 이런식으로 감산을 하지 않고 석유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으니 갈수록 똥값이 되어가는 석유값에 무역수지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우디는 자국의 유가에 세금을 매겨 세수를 확보한다거나 국민들에게 수행했던 복지정책을 축소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과거 2011년 ‘중동의 봄’ 사태에서 사우디는 자신들의 왕조를 유지하기 위하여 다양한 복지정책을 펼쳐서 이런 사태를 한 발짝 피해갔습니다만, 최근 유가하락으로 인한 경기악화, 복지정책 축소 등으로 왕정에 대한 위기가 또 다시 닥쳐온 것입니다. 

 이런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칼을 뽑는 것을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왕실에 도전하면 반드시 처형한다.'는 본보기를 보여줌과 동시에, 시아파 세력을 처단하여 고조되는 내부적 갈등을 대외로 돌리기 위하여 이런 선택을 감행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또한 이란 핵협상과 관련하여 좁아지는 수니파의 입지를 확보하고 수니파 국가 간 단합을 위해서도 이런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사우디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사우디의 왕조가 붕괴되는 것을 머잖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사우디가 붕괴된다면 주변의 수니파 왕조 국가들도 연쇄적으로 붕괴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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