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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문학 이야기

재미있는 글 - 나고야의 오뎅장수

김창식 2012. 8. 1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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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도하참사라고 불리며 류현진에게 류택배, 오승환에게 오뎅환이라는 별명이 붙게 한, 보는 사람들을 열불이 나게 만든 도하 아시안게임 한일전은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고 있다. 이 흥미로운 내용을 검색하던 중 네이버 지식인에 재미있게 쓴 글 하나를 여기서 소개하고자 한다. 무단 재배포가 우려되어 쪽지라도 보내볼까 했지만, 작성자가 그 아이디를 비공개로 하여 이렇게 글을 올리며, 혹여나 요청이 있을시 반드시 삭제하겠다.



나고야에서 포장마차를 하며 오뎅을 파는 사카시 고자씨는 이제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다.

 

때는 날씨가 수은주 아래로 내려간 12월의 어느날 즐겁게 다니는 연인들을 보며 그는

 

흐뭇하게 미소짓는 순간 손님들이 들이닥친다.

 

"여기 사케 한병하고 오뎅좀 주시오"

 

"예 예 알겠습니다."

 

손님들은 한무리의 남자들 그들은 춥다며 빨리 국물을 달라고 하고 이에따라 사카시 고자씨의

 

마음도 바빠진다. 한편으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어여쁜 8살배기 딸이 눈에 밟힌다.

 

"이봐 그 얘기 들었어? 조센진 야구선수 중 루헨진이라고 곧 FA로 풀리면 메이저도 갈수 있데"

 

"흠 그런 야구 미개국에서 좀 잘해봐야 메이저에서는 먹튀짓하다 은퇴하는 거지."

 

"아니야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에서 쿠바를 상대로 던지던게 바로 그 투수지."

 

"뭐? 흠 그때 보니 여간 영리하게 던지는게 아니던데. 지금 스탯은 어떤데?"

 

"흠..올해 모든 선발경기 퀄리티 스타트에 20승 4패 방어율 0.98이야. 대단하지."

 

"흠 수준낮은 리그지만 그 정도면 일본에 와도 10승에 3점대 방어율은 해주겠군"

 

"흠 조센진들의 자랑이겠군. 하하하"

 

사카시 고자씨는 손님들 말을 듣다 눈이 빛난다. "지금 그 투수 이름이 뭐라고 하셨죠?"

 

"하하...먹고 살기 힘든 자네가 우리나라 야구 소식 접하기도 바쁠텐데 뭐하러 옆 개발도상국

 

프로야구 투수까지 알려고 하나?"

 

"전 그냥 호기심으로..."

 

"뭐 루헨진인가? 그렇다고 하더군.."

 

그들은 대답후 무심하게 자기들끼리 노가리를 까며 술잔들을 기울인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사카시 고자씨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만다.

 

문득 사카시 고자씨는 2006년을 회상한다.

 

오뎅장수를 하며 틈틈이 주말 사회인 야구단에서 경기를 해왔다. 지금은 그만 두었지만

 

그때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당신이 뭐, 프로야구 선수라도 될꺼야? 때려치우고 오뎅장사나 잘 하라구. 그깟

 

돈도 안나오는 아마추어 야구 따위는 때려치우고 그 시간에 오뎅메뉴나 개발하라구!!"

 

아내의 이 말을 참아가며 시간 나는대로 배팅 연습을 하고 동네 뒷산에서 팔굽혀 펴기와

 

도수체조로 체력을 길렀던 것이다.

 

2004년 도하 올림픽때 프로 선수대신 아마추어를 선발하며 사카시 고자에겐 꿈같은 일이

 

다가왔다. 자신이 속한 사회인 야구단 감독인 택배회사 사장 이마카라 후카시상이

 

자신을 올림픽 대표로 추천한 것이었다.

 

" 흠, 자네 좌익수 수비는 수준급이야. 타격이 좀 그렇지만 일단 후보군 정도는 되겠어.

 

내 자네를 도하 아시안 게임 대표로 추천해 봄세.."

 

자신도 믿지 않았지만 좌익수 후보군에 있는 다른 선수들이 줄부상을 당하며 뜻하지 않게

 

기회가 왔다.

 

도하에서 한국 대표팀과 맞붙었을 때 아무도 승리를 예감하지 않았다.

 

일본 대표는 모두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 자신처럼 오뎅장수도 있었고 택배원 회사원

 

하다못해 식당 주방장에서 횟집주인 라면집사장등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었다.

 

누구도 야구를 생업으로 하지는 않았다.

 

그에 비해 한국 대표팀은 면면이 화려했다. 한국프로리그의 최정상급 선수들로 방콕아시안

 

게임에서 한국 프로대표가 일본 아마 대표를 콜드게임으로 눌렀을 만큼 한국 프로와

 

일본 아마의 차이는 넘사벽이었다. 게다가 한국프로대표는 일본프로대표로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게다가 80년대 세계야구선수권 우승의 주역인 제갈공명의 재림으로

 

불리는 일명 재박량 명장 김재박이 한국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비록 일본대표는 아마였으나 한가지 야구에 대한 열정만은 모두의 공통점이었다.

 

도하에서의 한국전 8회말까지 2-4로 지고 있는 일본대표팀을 보며 사카시 고자씨는

 

한국대표를 상대로 이정도로 선전하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2점차로

 

지더라도 굉장히 선전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승리에 대한 가능성은 커녕 여기서

 

더 안벌어지고 2점차로 진다면 좋겠다는 생각만을 했었다.

 

2-4로 뒤진 8회말 사카시 고자씨는 1사 1, 3루의 상황에서 7번타자로 출장하였다.

 

그는  이전 세타석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며 프로와 아마의 차이를 절감하고 있었다.

 

새로 올라온 투수는 한국리그 트리플 크라운에 빛나는 루헨진이라고 했다.

 

그는 긴장했다. 초구가 들어왔다 시속 148킬로의 직구..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제 2구 빠른 직구를 다시 기대했던 그는 자기가 헛스윙을 하고 나서야 자신에게 다가오는

 

볼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속 88킬로의 서클 체인지업...직구와 똑같은 폼으로

 

구속이 무려 60이나 줄은 체인지업을 던지는 루헨진에 그는 경외심마저 들었다.

 

그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번트라도 대서 3루에 있는 주자를 불러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괴물 투수를 상대로 안타를 친다는건 이치로나 가능한 일일것 같았다.

 

볼카운트 2-0 에서 그는 번트를 댔으나 파울,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그는 직구 노리는 것을 포기해 버렸다. 대신 그 느린 체인지업을 공략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시속 100킬로 언저리의 공은 사회인 야구단에서 눈에 익을 정도로 대해왔다.

 

제구 5구 강한 직구. 시속 151킬로의 무브먼트 좋은 직구.

 

그는 방망이를 굉장히 짧게 쥐고 이른바 몽당연필 타법으로 공을 커트하기 시작했다.

 

공이 얼마나 빠른지 방망이를 살짝 댔는데 손에서 전율이 느껴졌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끈질기게 공을 커트했다. 파울에 또 파울..자신이 태어나 이렇게

 

집중해 본게 언제던가? 그는 이런 투수와 자신이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행복해졌다.

 

그는 직감적으로 투수가 타이밍을 뺏고 삼진을 잡으려고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꼈다.

 

벌써 10구째 투수는 이미 어느정도 짜증이 나있는것 같았다.

 

"그..그래 이번이야..이번에 틀림없이 체인지업이 들어온다."

 

11구째 그는 평소 사회인 야구단 아리랑볼을 던지는 같은팀 투수 히키코모리상을

 

생각했다. 그의 공은 많이 접해보았다. 히키코모리상의 최대구속 직구가 루헨진 이 투수의

 

슬로 체인지업 구속인 것이다. 그는 마운드에 있는 투수를 루헨진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말했다. "저건 루헨진이 아니고 히키코모리상이다."

 

"따악!!" 그는 풀스윙을 했다. 그런데 분명히 맞았는데 맞춘 감촉이 없었다.

 

"!!!!!"

 

그는 멀리 외야를 보았다. 공은 쭉쭉 뻗어 나가고 있었다.

 

!!!!!!!! 플라이인가? 그렇다면 희생플라이로 1 타점은 올렸으니 밥값은 한건가?

 

그는 1루로 전력 질주했다. 그러나 1루 러너 코치가 뛰지 말라는 사인을 보냈다.

 

???? "이봐 사카시..자네가 스리런을 쳤다구!! 보라구!!"

 

그는 믿어지지 않아 외야를 보았다. 공은 아직도 뻗고 있었고 외야 이윽고 관중석 스탠드

 

중간에 떨어졌다.

 

!!!!!!!!!!!!!!!!!!!!!!!!!!!!!!!!!!!!!!!!!!!!!!!!!!!!!! 벤치에 있던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국의 트리플 크라운 투수를 상대로 역전 스리런!!!!"

 

"이봐, 자네 뭘해? 사케 한병 더 달라는데...뭐야 정신이 나갔군...쯧쯧"

 

"??? 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멀리서 들리는 교회 종소리 자신은 포장마차 안이었다.

 

"네네..금방 갑니다. " 그는 사케를 손수 손님에게 따라 주며 사과했다.

 

"저 손님 그 조센진 투수 루헨진 말입니다."

 

"응? 갑자기 그 얘긴 왜 하지? 그렇게 관심있음 인터넷으로 검색해"

 

"아니 그게 아니구요. 제가 루헨진 선수를 상대로 스리런을 쳤습니다"

 

"뭐? 으하하하하하하!!!" 일시에 포장마차 안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알지 내 그 마음..흐흐..난 마스자카를 상대로 인사이드 파크 홈런을 쳤다네."

 

"하하, 난 미국에서 어학 연수중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붙어 10타수 10안타 쳤다네"

 

"난 다르빗슈를 상대로 장외 만루홈런을 쳤다네..ㅋㅋㅋ 아놔 미치겠네.."

 

"이런데서 포장마차 하니까 심심하지? 코메디언이나 도전해봐..ㅋㅋㅋㅋ"

 

"자네 진지하게 생겨서 그런말 하니 더 웃기는군. ㅋㅋㅋ 여기 자주 옴세..ㅋㅋ"

 

손님들은 한바탕 사카시 고자씨를 비웃고 마음껏 술을 마신후 돈을 내고 떠났다.

 

손님들이 간후 그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이제껏 잊고 살았던 야구에의

 

열정이 그날 도하 아시안게임의 감동이 가슴속으로 전해지며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더불어 메이저에서 오퍼를 받을 정도로 괴물로 성장한 그 투수와 아직 오뎅장사를 하는

 

자신의 처지에 그는 마음이 답답했다. 일순간 집에서 기다릴 딸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눈물을 훔치고 포장마차를 정리후 딸아이 먹일 오뎅을 싸들고 집으로 향했다.

 

그의 귀에서는 그날의 함성이 자신에게 쏟아지던 그 관중의 함성이 들리고 있었다.


출처 :

네이버 지식iN 

(http://kin.naver.com/qna/detail.nhn?d1id=10&dirId=10010202&docId=113421088&qb=64KY6rOg7JW87J2YIOyYpOuOheyepeyImA==&enc=utf8&section=kin&rank=1&search_sort=0&spq=0&pid=RuCUK35Y7t8ssbGxtsKssc--132079&sid=UCkXM3MWKVAAAG4xA1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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