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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문학 이야기

찬기파랑가

김창식 2012. 7. 26.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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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나라를 다스린 지 24년이 되던 해에 오악삼산의 신들이 때때로 나타나 궁전 뜰에서 대왕을 모셨다. 3월 3일, 왕은 귀정문 누각 위에 올라가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누가 길거리에서 위엄과 풍모가 있는 승려 한 명을 데려올 수 있겠는가?"

 

이때 마침 위엄과 풍모가 깨끗한 한 고승이 배회하며 가고 있었다. 신하들이 그를 데리고 와 뵙게 하니, 왕이 말하였다.

 

"내가 말한 위엄과 풍모가 있는 승려가 아니다."

 

그리고 돌려보냈다.

다시 한 승려가 가사를 걸치고 앵통을 지고 남쪽에서 오고 있었다. 왕은 기뻐하며 그를 보고 누각 위로 맞아 들였다. 통 안을 살펴보니 다구가 가득 들어 있었다. 왕이 말하였다.

 

"그대는 누구인가?"

 

승려가 아뢰었다.

 

"소승은 충담이라 합니다."

 

"어디에서 오는 길인가?"

 

승려가 아뢰었다.

 

"소승은 매년 중삼일, 중구일에 차를 끓여 남산 삼화령의 미륵세존께 올리는데, 지금도 차를 올리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나에게도 차 한 잔 나누어줄 수 있겠는가?"

 

승려는 이에 차를 끓여 바쳤는데, 찻잔 속에서 향내가 풍겼다. 왕이 말하였다.

 

"짐은 일찍이 대사가 기파랑을 찬미한 사뇌가의 뜻이 매우 높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가?"

 

"그렇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짐을 위해 안민가를 지어보라."

 

충담은 곧바로 왕명을 받들어 노래를 지어 바쳤다. 왕이 아름답게 여겨 왕사로 봉했으나, 그는 삼가 재배하며 간곡히 사양하고 받지 않았다. 안민가는 다음과 같다....

 

.....

 

찬기파랑가는 다음과 같다.

 

열어 젖히자 벗어나는 달이

흰구름 좇아 떠간 자리에

백사장 펼친 물가에

기파랑의 모습이 잠겼어라.

일오천 자갈벌에서

낭의 지니신 마음 좇으려 하네.

아! 잣나무가지 높아

서리 모를 씩씩한 모습이여!

 

출처 :

삼국유사

(일연 지음, 김원중 옮김, 을유문화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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