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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문학 이야기

모죽지랑가

김창식 2012. 7. 2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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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2대 효소왕 대에 죽지랑의 무리 가운데 득오 급간이 있었는데, 화랑의 명부에 이름을 올려놓고 날마다 나오다가 열흘 동안 보이지 않았다. 죽지랑이 그의 어머니를 불러 물었다.

"당신 아들은 지금 어디 있소?"

득오의 어머니가 말하였다.

"당전인 모량부의 아간 익선이 제 아들을 부산성의 창고지기로 보냈는데, 급히 가느라 낭께 말슴을 드릴 결을이 없었습니다."

낭이 말하였다.

"네 아들이 만약 사사로운 일로 그곳에 갔다면 찾아볼 필요가 없겠지만, 공적인 일로 갔으니 내가 가서 대접해야겠다."

그리고 나서 떡 한 합과 술 한 동이를 갖고 좌인들을 거느리고 떠나는데 낭의 무리 137명 역시 의장을 갖추어 따라갔다.

부산성에 도착하여 문지기에게 득오의 행방을 물어보았다. 그가 말하였다.

"지금 익선의 밭에서 관례에 따라 부역을 하고 있습니다."

낭은 밭으로 가서 가지고 간 술과 떡으로 득오를 대접하였다. 그리고 익선에게 휴가를 청하여 득오와 함께 돌아오고자 했으나, 익선이 완강히 반대하면서 허락하지 않았다.

그때 사리 간진이 추화군의 세금 30석을 거두어 성 안으로 수송하다가 선비를 귀중히 여기는 낭의 풍모를 아름답게 여기고 익선의 융통성 없음을 야비하게 여겨, 곧 가지고 가던 30석을 익선에게 주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여전히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지 진절이 기마와 말안장을 주니 그때서야 허락하였다.

조정의 화주는 그 소식을 듣고 사신을 보내어 익선을 잡아다가 그의 더럽고 추잡함을 씻어주려 했는데, 익선이 달아나 숨었으므로 그의 맏아들을 잡아갔다. 이때는 몹시 추운 날이었는데, 성 안에 있는 못 가운데서 익선의 아들을 목욕시키니 그대로 얼어죽고 말았다.

대왕은 그 말을 듣고는 모량리 사람으로 벼슬에 종사하는 자는 모두 내쫓아 다시는 관공서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고, 검은색 옷(승복)을 입지 못하게 했으며, 만약 승려가 된 자라면 종을 치고 북을 울리는 절에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또 명을 내려 간진의 자손을 올려 평졍호손으로 삼아 표창하였다. 이때 원측법사는 해동의 고승이었으나, 모량리 사람이었던 까닭으로 승직을 받지 못하였다.

이전에 술종공이 삭주도독사가 되어 임지로 부임하려는데, 이때 삼한에 전쟁이 있어 기병 3000명으로 그를 호송하게 하였다. 가다가 죽지령에 도착했을 때, 한 거사가 그 고갯길을 닦고 있었다. 공은 그것을 보고 감탄하고 칭찬하였다. 거사 역시 공의 위세가 매우 큰 것을 좋게 보고 서로 마음속으로 감동하게 되었다.

공이 삭주에 부임하여 다스린 지 한 달이 되었을 때, 거사가 방 안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는데, 그 아내도 같은 꿈을 꾸었으므로 매우 놀라고 괴상하게 여겼다. 이튿날 사람을 시켜 그 거사의 안부를 물으니, 사람들이 말하였다.

"거사는 죽은지 며칠이 되었습니다."

심부름 갔던 사람이 돌아와 보고하니, 죽은 날이 꿈을 꾸던 날과 같은 날이었다. 공이 말하였다.

"아마 거사가 우리 집에 태어날 것 같소."

다시 군사를 보내 고갯마루 북쪽 봉우리에 장사지내게 하고 돌로 미륵한 구를 만들어 무덤 앞에 세웠다.

아내가 꿈을 꾸던 날로부터 태기가 있어 아이를 낳자 이름을 죽지라 하였다. 그는 장성하여 벼슬길에 올라 김유신 공과 함께 부수가 되어 삼한을 통일하고, 진덕,태종,문무,신문 등 4대에 걸쳐 재상이 되어 나라를 안정시켰다.

처음에 득오곡이 낭을 사모하여 노래를 지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나간 봄 그리매

모든 것이 시름이로다.

아름다운 모습에 주름이 지니

눈돌릴 사이에 만나보게 되리.

낭이여! 그리운 마음에 가는 길에 쑥 우거진 마을에 잘 밤 있으리.

 

출처 :

삼국유사

(일연 지음, 김원중 옮김, 을유문화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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