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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문학 이야기

조사는 단어인가

김창식 2016. 2. 2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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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에 작성한 보고서입니다... 정말 조사가 단어일까요?

 궁금하여 나름 깊이 연구했던 것인데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개인적인 의견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고하실때 유의바랍니다.

 첨부된 파일은 해당 보고서의 주석을 표기한 것을 포함한 것입니다.

 해당 포스팅 가장 밑에 있습니다.

 

 

 <목  차>

 

 1. 서 론
  (1) ‘조사는 단어인가?’에 대한 문제의식
  (2) 국어의 첨가어적 성격과 단어의 의미
 
 2. 조사에 관한 세 가지 견해
  (1) 조사와 어미를 모두 단어로 인정하는 견해
  (2) 조사만을 단어로 인정하는 견해
  (3) 조사와 어미를 모두 단어로 인정하지 않는 견해

 

 3. 결 론

 

<참고문헌> 

 


  1. 서 론

 

     (1) ‘조사는 단어인가?’에 대한 문제의식


 우리가 일반적으로 중, 고등학교를 거치며 국어 문법을 적정 수준까지 규범문법으로서 습득하게 된다. 하지만 대학교 진학 이후에 각종 국어 자격증 시험을 준비한다거나, 국어문법학과 관련한 수업을 듣고 있다 보면, 우리가 배우고 있는 문법의 체계에 있어서 반드시 규범적으로 배울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조사는 단어인가?’에 대한 것이다. 중, 고등학교부터 단어라는 문법요소를 습득할 때, 조사도 단어의 일종이라는 것을 듣게 되는데, 이 당시 대단히 많은 혼란을 겪었다. 당시에 조사가 단어라는 그 근거를 정확히 짚고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후일 근거를 찾거나 혹은 설명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가 단어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기가 어려웠다.
  언어라고 하는 것은 이해의 영역이라기보다는 경험으로 축적된 언어적 지식으로 나타나는 직관적인 인식이 지배하는 영역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언어학자들이 ‘수많은 사람과 시간을 거쳐서 발생한 언어’를 문법이라는 틀에 맞추어 정리를 하는 것은 결국 직관적인 인식을 토대로 발생하는 것이다. 다만 학자간의 인식의 틀이 서로 다를 경우에 다른 견해가 생기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 타당한 견해가 채택되어 규범문법으로서 학생들에게 전달이 될 경우는 문제가 없으나, 논쟁거리가 많은 경우 수록된 문법체계와 다른 인식을 가진 학생들의 경우에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법이다. ‘조사는 단어인가?’에 관한 부분이 그런 부분으로 인식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조사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통해 궁금증을 최대한 해소해보기로 하였다.
 이와 더불어 한국어에서 단어의 의미도 좀 더 명확히 파악해보고 ‘조사가 단어인가?’에 대한 선행연구를 검토하여 조사에 관한 몇 가지 견해를 살펴보고 본인만의 생각을 바탕으로 많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풀어나가기로 한다.
 조사에 대한 견해를 살펴보기에 앞서서 한국어의 갈래와 단어의 의미에 관하여 먼저 알아보기로 한다.

 

     (2) 첨가어(添加語)와 단어의 의미


 언어에는 다양한 갈래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어는 첨가어에 속한다. 첨가어란 어기에 조사나 어미와 같은 문법 형태소들이 결합되어 문법 관계를 표시하거나 단어를 형성하는 언어를 말한다. 이 말은 즉 국어에서 어기에 조사가 결합될 경우에는 문법관계를 표시하게 되며, 어기에 어미가 결합할 경우에는 단어를 형성하게 된다고 보는 듯하며, 이는 조사는 통사론적인 관점으로, 어미는 형태론적인 관점으로 내린 정의라고 생각한다.
 사실 첨가어(교착어라고도 함)는 사전적인 정의가 각 백과사전 및 문헌마다 정의가 조금씩 다른데, 이는 단어의 성질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하나의 의미로 규정된 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익섭,채완에 따르면 단어라는 술어는 매우 일반화되어 있고 문법 단위 중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면서도 아직까지 그 완벽한 定擬(정의)가 나와 있지 않다고 하였다. 그러면서도 널리 호응을 얻은 것이 최소의 자립형태를 지닌 것에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휴지와 분절성이 단어를 구별하는 기준으로 유용하게 쓰인다고 하였다. 이런 정의에 따라서도 조사는 그 단어를 정하는데 크게 문제점이 있다. 조사와 결합하는 체언과의 사이에 휴지와 분절성이 인정되지만, 기본적으로 조사는 최소의 자립형태가 되기 어렵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단어를 생각하였을 때, ‘하늘’, ‘바지’처럼 하나의 자립적인 형태로 떠올리게 되는 것이 단어인데, ‘을’, ‘이’ 등을 보고 단어라는 것은 누가 보아도 자립적인 형태라고 생각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부분 등을 출발점으로 하여 세 가지 견해를 검토해 본다.

 

 

  2. 조사에 관한 세 가지 견해

 

 조사에 관한 견해는 크게 조사와 어미를 모두 단어로 인정하는 견해, 조사만 단어로 인정하고 어미는 단어로 인정하지 않는 견해, 조사와 어미를 모두 단어로 인정하지 않는 견해로 세 가지로 나뉜다. 이렇듯 조사를 언급하게 되면 반드시 함께 논의가 되는 것이 바로 어미인데, 이는 어미와 조사가 ‘굴절’이라는 측면과 관련하여 유사한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굴절’에 관한 간략한 내용이다.
  어간에 여러 어미가 결합하는 현상, 즉 한 단어의 어미변화를 굴절(屈折, inflection)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명사의 굴절과 용언의 굴절이 있다.
 명사의 굴절은 곡용(曲用, declension)이라 하고, 용언의 굴절은 활용(活用, conjugation)이라고 하여 이 둘을 구별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미도 명사에 붙는 어미를 곡용어미(曲用語尾), 용언에 붙는 어미를 활용어미(活用語尾)라고 하여 이 둘을 구별하기도 한다. 

 사실 이런 ‘굴절’이라는 개념은 인도유럽어족과 같은 굴절어에서 발생한 개념인데, 한국에 문법적인 개념이 들어오면서 한국어에 해당 부분을 적용하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한국어에 들어오면서 가장 문제가 발생한 부분은 체언과 조사이다. 한국어에서 체언에는 조사가 붙어서 문법적인 관계를 나타낸다. 즉 명사의 굴절을 인정한다면 체언과 조사를 합쳐서 단어로 보아야만 이 곡용어미라는 개념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한국어는 굴절어가 아닌 첨가어이므로 이 체언의 굴절을 단정지어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를 통해 이런 어미와 조사간의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함께 다루게 된다는 것을 나타낼 뿐이다. 우선 조사와 어미를 모두 단어로 인정하는 견해를 살펴본다.

 

     (1) 조사와 어미를 모두 단어로 인정하는 견해


 조사와 어미를 모두 품사로 인정하는 견해를 주장한 대표적인 학자로는 주시경이 있다. 시정곤에 따르면 주시경은 한국인이 예전부터 사용해왔던 ‘토’를 품사로 바로 설정한 것으로 보이며, 주시경이 어떠한 연유에서 이러한 의견을 개진했는지는 정확하게 나타난 바가 없다고 한다.
 현대적인 의미로 ‘토’라고 함은 ‘토를 달다’처럼 상대방이 하는 말에 대꾸를 하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겠으나, 과거의 ‘토’라고 하는 것은 한문의 구절에 끝에 붙이는 우리말이다. 생각건대 과거의 한국인이 언어를 사용할 때에는 그 문자가 없었으나, 한자를 들여와서 한국어에 맞추어 표현을 할 때에 이런 토씨를 자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서 ‘月이 明하니 靑山도 燦爛하다.’라면, 밑줄 친 부분을 ‘토’라고 칭한 것이다. 당시에는 ‘토’의 앞에 나타나는 것이 체언이든, 용언이든 관계없이 구절의 끝에 붙이는 것은 모두 그렇게 불렀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이두, 혹은 차자표기를 했을 때도 이러한 토가 드러난다.
 이와 같은 연유로 조사와 어미를 모두 같은 품사로서 설정한 주시경을 시정곤(1999)은 전통적인 문법관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하는 반면, 다른 가능성으로 이들이 당시 조사와 어미를 모두 품사로 인정하고 있는 일본문법을 참조하고, 이에 영향을 받아 한국어 품사분류를 시도했으리라고 보았다. 이외에도 국어학자 김윤경의 이론을 살펴본 이창우는 김윤경이 품사체계에서 조사와 어미를 함께 실은 이유는 국어가 가지고 있는 교착적인 성격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현재에 이 이론은 거의 통용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서론에도 언급한 바와 같이 조사와 어미를, 특히 어미를 품사로 통용할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점인 ‘최소의 자립형태’ 때문이다. 한국어가 나름의 합리성을 지니고 문법체계를 이룩해 오면서, 수많은 연구가 축적되어 나타난 단어의 의미에 반하여 이와 같은 견해를 적용한다면 새로운 체계를 확립하고 단어의 의미를 만들어 가야한다는 큰 과제를 안게 된다.

 

     (2) 조사만을 단어로 인정하는 견해


 조사만을 단어로 인정하는 견해는 현재 학교문법상으로 채택하고 규범문법으로서 쓰이고 있는 견해이며, 이런 견해의 시초는 최현배라고 할 수 있다. 고영근은 최현배가 1961년에 완성한 『우리말본』을 풀어 써 두었는데 이에 조사와 관련한 내용이 잘 나와 있다. 최현배는 조사가 단어가 되기 어려운 까닭과 이에 불구하고 조사가 단어가 되어야 하는 까닭을 모두 제시하였다. 해당 문헌에서 발췌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조사가 단어가 되기 어려운 까닭
ㄱ. 조사에는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ㄹ'로 시작하는 '를, 로'와 같은 말이 있으며 체언에 연결될 때 음의 변화를 볼 수 없다.
ㄴ. 조사는 체언의 받침이 있고 없음에 따라 구별되어 쓰이는 분간계열의 조사가 있다.
ㄷ. 조사는 문장성분의 독립된 단위가 되지 못한다.
ㄹ. 조사도 어미와 마찬가지로 종속적 성격을 띠었다.
ㅁ. 조사는 교착어의 특징과 관련시킬 때, "발가지", 곧 접미사의 하나이다.

 나. 조사가 단어가 되어야 하는 까닭
ㄱ. "소리법"이 단어자격의 절대적 기준이 되지 않는다. "소리"로는 독립성이 없어도 어법적 관계가 독자성을 지니고 있으면 단어가 될 수 있다.
ㄴ. 음성적으로 종속적 성격을 띤 것이 반드시 단어의 자격을 부인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ㄷ. 문장성분의 독립된 단위가 되지 못함이 반드시 단어의 자격을 부인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ㄹ. 조사가 붙는 체언은 독립성이 있지마는 어미가 붙는 어간은 그렇지 못하며 조사와 체언 사이는 분리성이 많지마는 어간과 어미 사이는 분리성이 희박하다.
ㅁ. 조사가 단어가 될 수 있는 것은 분리성과 독립성이다.
ㅂ. 조사는 수효가 많기 때문에 단어로 인정하지 않으면 가로 풀어쓰기에 불편을 가져오며 경우에 따라서는 한 음절의 체언에 음절수가 많은 조사가 붙는 일이 생길 수 있다.
ㅅ. 가로풀어쓰기에서 조사를 체언에 붙여 쓰면 체언의 본체를 파악하는 데 지장이 많으며 말의 이해에 불편이 많다. 


 (가)의 내용은 조사가 단어가 되기 어려운 까닭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논거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는 ‘(3) 조사와 어미를 모두 단어로 인정하지 않는 견해’에서 다루기로 한다.
 (나)의 조사가 단어가 되어야 하는 까닭 중에 (ㅂ)과 (ㅅ)은 가로 풀어쓰기와 관련된 내용으로 현재의 상황에는 부합하지 않는 이유로 나머지 (ㄱ)에서 (ㅁ)만을 확인하여 조사가 단어가 되어야 하는 까닭을 살피면 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문헌에서 조사가 단어가 되어야 하는 까닭으로 가장 많이 드는 것은 바로 (ㄹ)과 (ㅁ)이다. 덧붙여서 남기심,고영근은 조사가 자립성이 다소 떨어져도 단어로 인정하게 되는 두가지 근거를 들었다.. 첫 번째로 조사를 단어로 인정하는 학자들이 영어의 관사, 전치사나 중국어의 허사(虛辭)가 자립성이 없어도 단어로 인정된다는 사실, 두 번째로는 국어의 의존명사와 보조동사는 자립성이 결여되어 있지만, 일반적인 자립형태소가 나타나는 환경에서 나타나고 완전히 문법적이 아니기 때문에 준자립어(準自立語)로 처리되는데 이런 범주는 단어의 테두리 안으로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의견을 붙이자면 첫 번째 근거는 한국어는 첨가어로 조사의 특성이 고립어인 영어와 중국어의 관사, 전치사, 허사 등과는 다른 언어적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일정부분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번째 근거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다. ‘것’, ‘밖’, ‘외’ 등의 의존명사는 앞에 관형사형이 나온다는 특징이나 의존명사 자체가(특히 ‘것’의 경우) 관념적으로 명사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명사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또한 보조동사의 경우는 과거에는 선행하는 본동사와 떨어져 쓰이다가, 통시적인 흐름으로 인하여 결합이 되어 나타난 것으로 과거에는 나름의 자립성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의존명사나 보조동사의 경우는 이에 따라 띄어쓰기를 함으로써 어절 단위로 인식하여 단어의 개수를 파악하게 된다. 하지만 조사의 경우는 의존명사나 보조동사의 경우보다 자립성이 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되며, 띄어쓰기도 하지 않고 체언의 뒤에 붙어서 나타나기 때문에 더욱 단어로서의 특징, 최소의 자립성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보이게 된다.
 다른 근거로 이석주,이주행은 우리나라 유아(幼兒)들이 말을 할 때에 유심히 관찰해 보면, 체언과 조사 사이에는 개방 연접이 오는데, 용언의 어간과 어미 사이에는 페쇄 연접이 옴을 쉽게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서도 조사는 곡용 어미가 아니라 단어임을 확연히 알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 주장을 살펴보면 유아들은 체언과 조사는 분리된 형태로 인식을 하고 용언의 어간과 어미는 결합된 형태로 인식을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조사는 어미와 달리 분리성이 있는 단어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는 확실히 조사가 어미와 달리 분리성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근거이지만, 조사가 체언과 분리된다고 하더라도 자립성이 없다는 문제점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단어로 처리하는 입장은 체언과의 분리가 되는지 여부의 문제를 중점으로 연구하여 그것이 분리가 되기 때문에, 또한 다소 자립성이 약하더라도 어미보다는 자립성이 강하다는 인식이 있으므로, 단어로 인정한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3) 조사와 어미를 모두 단어로 인정하지 않는 견해


 조사와 어미를 모두 단어로 인정하지 않는 견해는 현재 학교문법에서 채택되지 않은 소위 비주류의 견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진행되어 왔는데, 조사와 어미를 모두 단어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견해가 모두 하나로 일치되는 것이 아니며 학자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를 해당 주제로 쓰게 된 이유도 이 견해를 보다 깊이 이해해보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크다. 정말 학생들 및 언중들이 조사를 단어로서 이해하고 활용을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크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현재 교과서에 채택되어 쓰이는 ‘조사만을 단어로 인정하는 견해’에 어떤 부분을 반박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알아본다.
 이런 주장의 첫머리로 이숭녕의 견해를 들 수 있다. 이숭녕은 격이라 하는 것은 접미사이며 타 품사와의 관계를 나타낸다고 해서 특별대우를 할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 이유는 격의 존재란 본질적으로 형태가 아니라 의미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또한 격을 독립품사로 규정하려면 그 형태가 독립적인 단위임을 언중들이 인식하여야지 학자들의 분석과 종합으로 도출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이에 덧붙여서 조사가 생략된 경우인 zero 형태도 독립품사로 인정해야 하는 지의 여부는 말할 필요 없이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아마도 격이란 의미와 관련된 것이니 의미론 상에서 다루어야하지 형태론, 통사론을 다루는 문법론에서는 다루어지기 어려운 부분이 아닌가 하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며, 언중들이 그것을 직관적으로 단어로 인식하는지의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조사의 단어여부가 규범문법보다는 기술문법상의 논의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이에 따라 독립품사로 규정하지 않고 접미사로 보게 된다면, 앞에 서는 체언과 조사를 하나의 단어로 보게 되는데, 이 역시 이숭녕의 견해에 나오는 언중들의 인식과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이광정에 따르면 세가지 유형중에서 ‘조사와 어미를 모두 단어로 인정하지 않는 견해’가 전 시대의 검증을 거친 후 정착기의 대표적인 견해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 근거를 주로 두 번째 견해에 대한 반박을 통해 나타냈다. 조사의 생략은 체언의 성립을 가능하게 해줄 뿐이지, 조사가 체언이 생략되었을 경우에는 성립이 불가능 하므로 자립성이 없는 것으로 보아 독립품사의 설정이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또한 조사와 어미 앞에 나오는 요소가 자립성이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가 조사와 어미가 서로 자립성의 정도가 크고 작음을 구분하는 기준은 될 수 없다고 하였다.
 이런 견해는 평소에 의문점을 가지고 있는 부분에 대한 반박으로 타당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2) 조사만을 단어로 인정하는 견해’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의존명사나 보조동사의 자립성보다도 조사의 자립성은 낮아 보인다. 그리하여 조사의 특징인 쉽게 생략이 가능하다거나 다른 문장이나 구 등에 결합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자립성을 통상적으로 인정하곤 했다. 하지만 조사 자체의 자립성을, 결합하는 명사나 문장, 구의 자립성에 의존하여 설명을 한다는 것은 의존명사나 보조동사의 단어 성립여부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조사 앞의 요소가 그 상대적 자립성을 판명하는 기준으로는 모호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주장 외에도 두 번째 견해는 세 번째 견해로 이어가기 위한 과도기적 성격의 이론이라는 점과 북한문법체계에 맞춘 통일안 마련의 관점에서라는 측면 등을 언급하였으나, 이와 같은 주장은 다소 문법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서태룡은 국어 조사와 어미의 관련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서 조사와 어미의 공통점 10가지와 차이점 8가지를 밝혀냈는데, 공통점에 비하여 차이점이 사소하거나 수의적인 것이어서 조사와 어미를 하나의 범주로 묶을 수 있다고 하였다. 조사와 어미가 보이는 공통점은 통사론, 형태론뿐만 아니라 의미론, 음운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확인이 되었고, 차이점은 주로 형태론, 음운론에서 확인하였다고 한다. 문법론적인 공통점만을 확인하자면, 조사와 어미는 문장에서 선행하는 구 구성과 문장요소와의 관계를 나타낸다는 점, 스스로 자립성이 없는 비자립형식이라는 점을 들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조사와 어미의 공통점 이외에 주목할 부분은 조사와 어미가 동일한 형식이 동일한 기본의미를 나타내는 것이 있다는 점을 들어 형식과 기본의미가 동일하면 하나의 범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연구에서 조사와 어미의 공통점, 차이점에 어느 부분에 비중을 두느냐는 각 학자마다 이견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조사와 어미의 공통점이 상당 부분 드러난다는 것은 조사와 어미가 전통적으로 ‘토’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내려온 역사적인 증거라고 생각한다.
 세가지 주장을 살펴보았을 때의 요지는 조사를 어미와 같은 것으로 보고 조사를 어미로서 하나의 범주로 묶고자 하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으로 이런 이론은 서론에 언급하였던 ‘굴절’에서 체언의 굴절인 곡용을 인정하고 조사를 곡용어미로 인정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조오현,김용경의 의견을 살펴보면 곡용은 인정하지 않더라도 굴절적인 현상으로 체언과 조사를 설명하고 있는데, 다른 문법서들도 이와 유사하게 기술된 부분이 많다.
 이와 관련하여 새로운 견해를 제시한 것이 유목상이다. 유목상은 조사(助詞)가 아니라 어조사(語助辭)의 의미로 조사(助辭)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유목상은 이런 체언과 용언의 활용은 인도유럽어족의 굴절어에서 나온 굴절 이론을 따른 것으로 명사와 조사를 통틀어 하나의 명사로 보는 것은 어기에 접사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첨가어인 한국어에는 맞지 않다고 하였다. 격조사(格助辭)가 ‘구조 위에서의 명사의 자리를 나타내는 표지(標識, marker)’로 보는 것은 정당한 해석이라고 하며, 조사에 단어의 자격을 주어 품사의 한갈래로 조사(助詞)라고 일컫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하였다.
 유목상의 다른 글을 살펴보면 조사는 그것만으로 어떠한 기능을 수행할 수 없으며, 체언과 제휴하여서만 그 기능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품사의 계층에 두지 않고 체언 첨용 접사(體言添用接辭)로 ‘체언의 기능’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첨용이라는 말은 곡용과 같은 말로 쓰인다고 하는데, 체언 첨용 접사라 이른 것은 아마도 명사의 굴절과 관련된 곡용이라는 굴절 이론상의 용어를 첨가어에 맞추어 바꿔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이론은 기존의 국어학자인 주시경, 최현배의 이론을 재해석하여 한국어의 성격에 맞추어서 굴절 이론을 변형시킨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앞에 언급했던 것들과는 다른 의견이다. 덧붙여 조사가 명사와 결합하여 단어가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은 조사가 구(句)나 절(節)에도 붙을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자료조사를 진행하면서 이 견해가 가장 타당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런 체계는 조사가 최소의 자립성을 지니지 못한다는 점에서 단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동시에, 첨가어인 한국어에 굴절이론을 사용하여 발생하는 한계점으로 보이는 명사+조사의 단어 여부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언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잘 알 수는 없으나 언어체계상의 문제점도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또한 조사의 자립성 여부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조사라는 것을 단순히 어조사적 성격으로 보기에는 어미와 유사한 점도 많기 때문에, 조사와 어미를 서로 다른 영역에서 다루는 측면에 있어서는 앞으로의 연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 결  론

 

 이상 세 가지 유형에 대한 고찰과 더불어 각 견해가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의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첫 번째로 ‘조사와 어미를 모두 단어로 인정하는 견해’는 한국어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토’라는 개념을 모두 단어에 포함시키는 방안으로 조사와 어미를 모두 단어 범주로 들이게 될 경우에 단어의 ‘최소의 자립형태’가 성립하지 않게 되므로 현재에는 지지 받지 못하는 견해가 되었다고 하였다. 두 번째로는 ‘조사만을 단어로 인정하는 견해’를 살펴보았는데, 이 견해의 핵심은 조사가 자립성은 다소 떨어지나 어미보다는 강하며, 체언과 조사 사이에 분리성이 있으므로 조사는 독자적인 단어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이다. 이는 어미보다 자립성이 강해보이는 것은 체언의 자립성 때문이지 조사 때문이 아니라는 점과 언중들에게 조사가 단어라는 유형으로서 인식되기가 어렵다는 점, 조사와 어미의 공통점이 차이점보다 큰 데도 불구하고 다른 문법체계로 나누어 두었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세 번째 견해인 ‘조사와 어미를 모두 단어로 인정하지 않는 견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면, 조사도 어미와 같은 교착어미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 분류해야 한다거나, 혹은 굴절이라는 굴절어적 용어의 개념에서 벗어나 첨용 접사로서의 새로운 성격을 제시한 견해 등으로 나뉜다. 이 또한 조사를 어미와 같은 성격으로 분류하여 체언+조사를 단어로 인정하는 것은 역시 언중들의 인식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는 단점을 보일 수 있는 문제점을 보이게 된다. 그리하여 찾아 본 ‘체언 첨용 접사’라는 견해는 아직 연구하는 학자가 적기도 하고 자료조사를 할 때, 한자실력이 부족한 한계로 많은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어 많이 연구하지 못한 것에 깊은 아쉬움이 남았다.
 사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통해 조사와 어미의 관련성이나 조사에 대한 견해들의 의견 및 선행연구의 진행들을 보다 깊이 있게 알게 된 계기가 되어 마음 깊이 뿌듯함을 느낀다. 물론 조사가 단어인가 아닌가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보고서를 쓰는 어조에서도 나타나지만, 개인적으로 세 번째의 견해가 두 번째의 견해보다는 다소 지지를 하게 되는 편이었다. 서론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조사가 단어라는 점에 상당한 의문을 품고 있는 상태로 자료조사를 시행하였기 때문에 두 번째 견해에 대한 반박을 중심으로 다양한 논의들을 찾아보았고 그 의견에 동조를 하는 면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 번째 견해도 그에 못지않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역시 알게 되었으며, 상호간의 많은 논의와 연구가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확실하게 한 가지 바라는 것은 현행 학교문법상에서 ‘조사는 단어’라는 부분은 이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제시하는 등 일정부분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중들이 언어사용에 헷갈려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인데, 이를 주입식으로 ‘조사는 단어’라는 인식을 부여한다면, 사람들은 학교문법에 지속적인 물음표를 남기게 될 것이다. 기존에 교과서에 실린 내용을 학문의 변화양상에 따라 재논의, 수정 없이 고수하는 것은 언중들의 언어생활에 동떨어진 문법체계를 교육하게 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으며, 결국 언중들이 문법과 생활상의 언어에 괴리를 느끼게 되어 보다 올바른 한국어의 사용 방법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참 고 문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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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는 단어인가.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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