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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노래를 잘하고 싶다 본문
궁금한게 있다.
내가 이때까지 대체 노래를 부를때 어떻게 불렀느냐는 것이다.
중학교 시절에 음악 수행평가에서 만점을 받은 직후 변성기가 오기 시작했다.
난 노래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변성기때는 정말 노래하기가 싫을 정도로 목소리가 별로 였다.
그래서 노래를 하기 싫어져서 정말 노래방 가는것을 꺼렸다.
그럭저럭 시간이 지나고 변성기도 지나 중학교 3학년 즈음에는 그럭저럭 노래방에 가게 되었는데, 아주 우연하게 난 그때 가성을 내는 방법을 알았다. 착각을 했던것이, 그렇게 내는 목소리가 내 목소리인줄 알고는 집에서 열심히 포지션의 아이러브유를 연습했다. 그래서 친구들 보는 앞에서 자신있게 노래방에서 불렀는데 모기같은 목소리가 퍼져서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것이었다.
난 노래를 또 하기 싫어졌다. 노래방 가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집에서 혼자있을때 그 당시에는 그나마 쓸모 있었던 LG사의 128메가 짜리 엠피쓰리에 노래를 넣어 열심히 들었고 흥얼거리며 불러보았다.. 그 당시에 NRG의 전성기가 펼쳐지고 있었는데, 이성진의 목소리가 내게는 참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그리하여 정말 우연하게도 어떻게 그 목소리를 비슷하게 낼 수 있었는데, 그때는 그게 난 목을 엄청 조이면서 부르는 것인지를 몰랐다. 난 그렇게 부르는게 맞는거 같았다.
이상하게도 노래방을 가면 어떤 때는 잘 불러지면서 어떤 때에는 잘 안되는 것이었다. 사실 잘 안되는 날이 한 세배는 더 많았고, 노래방을 가도 애들 개떼로 가서 몇곡 부르지도 못하고 와서 정말 짜증이 났다.
그래서 노래를 하기 싫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차라리 랩을 하는게 나아야 겠다고 서서히 생각이 들었다.
기억이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그 당시에 원타임의 핫뜨거나 위드아웃유 조금 지나 고딩이 되니까 조피디의 친구여 등 조금 대중적인 랩들이 나와서 열심히 연습했다. 외우고는 술술 내뱉는 것을 이상하게 좋아하던 나에게는 랩을 하는게 어쩌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노래가 하고 싶어졌다. 그리 긴 텀이 아니다. 수련회 같은데 가보면 장기자랑 같은거 하는데 좀 노는 친구들이 노래 잘부르는 거 보면 나도 저렇게 불렀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노래 한곡조차도 제대로 부를수가 없었던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공부보다 게임이 더 좋았고 노래보다도 게임이 더 좋았다. 친한 친구들 중에 노래방 가는 친구들은 거의 없었으니, 게임을 주구장창 하고 다녔고, 노래는 그 당시 아이리버 256메가짜리 엠피쓰리를 귀에 꽃고 듣는 것으로만 생각했었다.
그래도 중학교 때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간혹 노래방을 가고는 했는데, 역시나 우연한 계기로 꽤 높을 수 있는 고음을 내는 방법을 알았다. 굳이 중요하지 않은 옥타브를 따져보면 2옥타브 라와 같은 정도 말이다. 그때는 그게 고음을 내는 방법이라고 정말 좋아했었고, 지금은 그게 대단히 잘못된 방법임을 알고 있다. 마치 밧줄로 목을 옥죄듯이 쥐어짜서 부르는 것이니, 그 음이 올라간들 무엇하리. 정말 같이 간 친구들에게 지금에서야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애들도 사실 그닥 ㅡㅡ) 그때 더크로쓰나 얀, 야다 같은 가수들의 노래들을 들으며, 어떻게 하면 저렇게 고음을 낼 수 있는지 더 쥐어 짜봐야 하나 궁금했었다.
근데 난 그때부터 정말 궁금했던 것이, 난 절대로 노래 한곡을 완벽하게 다 부를 수 없었다. 음이탈을 떠나서 목이 너무 쉽게 가버리는 것이다. 뜨거운 물 차가운 물 미지근한 물 다 먹어도 안되고 담배를 안피던 시절 술을 먹지 않던 시절이었는데도 목은 정말 쉽게도 나가 떨어졌다. 정말 힘들었던 그 시절 난 무엇이 문제였는지 도무지 몰랐다. 그저 노래를 잘하고 싶었을 뿐.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이런저런 발성법도 나오고, 다양한 목소리의 종류도 나왔다. 가성 비성 두성 흉성 진성 반가성 등등 그리고 바이브레이션과 복식호흡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바이브레이션은 왜 하는지 몰랐다. 구성진게 트로트만들려고 하는 것 같았다. 복식호흡은 더 몰랐다. 노래를 부를때 배로 부르라는게 대체 무슨소리란 말인가. 배에 힘을 주라는 건지 배에 힘을 준들 목이 맛이 가는 것이랑 정말 상관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도무지 감은 오지 않았지만, 보컬학원이나 강좌를 듣거나 할 처지도 아니었고, 공부를 해야했고, 공부가 하기 싫었으니 게임을 했어야 했다. 가끔 공부하는 척을 할때는 당시 대세였던 김태희가 광고했던 아이리버의 딕플에 저장된 벅스나 소리바다에서 꽁짜로 받은 노래들을 들으며 흥얼거리는게 내 노래의 전부였다.
보기좋게 수능을 망치고 노래방을 조금 많이 갔었는데, 그때도 역시 갯국같이 더크로쓰나 야다의 노래만 부르 짖고 있었다. 부르고 절망하고, 안하고, 부르고 절망하고, 안하고, 를 반복했다. 결국 랩을 해야했다. 그 당시 인기를 모으고 있었던 반갑습니다 배치기나, 평화의 날을 선언한 에픽하이들의 대중적인 랩들을 섭렵하였고, 간혹 다이나믹 듀오의 과거를 파다가 씨비매스의 랩들을 조금 외우기도 하였다. 역시 난 랩이 더 나았다. 난 조피디의 친구여를 부를때 조피디의 목소리랑 정말 비슷했다. 또는 윤미래의 메모리즈의 영어랩을 외우고는 노래방에서 가사를 보지도 않고 훌륭하게 해내며 대단하다는 소리를 듣고는 뿌듯해 하기도 하였다. 노래를 부르면 그냥 가끔 저질스러운 고음이나 내질렀기 때문에, 금방 목이 가버렸고, 부르는 것을 포기하였다.
재수를 했는데,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재수를 할때 노래를 정말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친구는 가슴에서 나오는 소리를 이용해서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그 친구가 했던 이야기가 아직도 생각난다. 노래를 못하는 사람은 목으로 부르고, 노래를 그냥저냥 하는 사람은 코로 부르고,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코와 입으로 노래를 부른다. 난 노래를 잘하는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서 코와 입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많이 했었다. 물론 공부를 더 열심히했다. 노래방은 한달에 두번? 정도 갔었던 것 같다. 가끔 가다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으니까, 노래가 잘될리도 없었고 방법을 알지도 못했다.
그때 수업시간에 누가 장기자랑 해보라고해서 나한테 애들이 더크로쓰의 당신을 위하여 시켜서 1절을 불렀는데 생각이상으로 잘되어가지고 그렇게 부르는게 맞는거라고 철없이 맹신을 해서 그렇게 노래를 쭉 불러왔었다. 재수가 끝나고 대학에 입학하기 까지 시간이 좀 있었다. 그 당시에는 VOS에서 솔로로 데뷔한 박지헌의 보고싶은 날엔이 인기 몰이를 하고 있었다. 물론 감미로운 음색이 젖어야 좋은 노래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크게 어려운 노래는 아니었으나, 나는 그 노래를 많이 연습하는데 애를 먹었다. 대학교 입학때 즈음에 노래방에서 불렀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하였음에도, 내가 그냥 보통의 친구들 보다는 노래를 잘하는 편이었다.
지금에 생각해 보면 역시 목을 콱콱 조이는 방법으로 부르는 것이었지만, 그 조이는 정도를 어느정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무슨 기계가 아니고 5년정도 된 옛날이라 잘 기억이 안나지만 그래도 크게 높지 않은 노래들은 목을 크게 조이지 않고 부를수 있게 되어서 그렇게 느꼈던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난 노래방을 나올때 쯤에 항상 목이 맛탱이가 갔다. 마지막에는 노래가 안됐다. 아니 한 다섯곡 이상을 부르지를 못했다.
가끔은 가수들은 콘서트도 하고 행사도 하루종일 뛰면서 노래도 부르고 하는데 난 왜 일찍 목이 맛이 가는지 궁금했다. 궁금하면 무얼 할텐가 어차피 노래방에 스트레스 풀러 소리지르러 가는 것이니까 난 마지막에는 얀의 그래서그래는을 억지로 쥐어짜며 마무리를 장식하였다.
그렇게 군대를 갔다. 군대에서는 그냥저냥 노래를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군대에서 조금 신기한 일이 많이 있었다. 내가 노래를 부를때 어떨때는 목에 힘을 빼고도 노래를 잘하게 되었고, 어떤 특정부분에 힘을 주어서 부르게 되기도 하였고, 그냥 혼자서 창고에서 일하면서 부를때는 잘됐는데,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고 부르면 정말 내 목소리를 찾을 수가 없어서 엉망이 되기도 하였다. 실용음악과를 다니는 후임에게 물어봤지만, 그런경우는 모르겠다고 했다. 실용음악과 학생이 들어줄 목소리 정도는 안되었나 보다.
선임들이 내가 노래할때 목소리가 너무 작다고 했다. 어떨때는 노래가 정말 잘되었다. 능숙하게 한곡을 부를 때도 있었다. 내가 듣기에는... 어떨때는 그 방법이 뭔지 몰라서 엄청 헤메다가 노래가 개판이 되기도 하였다. 아무튼 군대다닐때 노래방을 참 많이 갔었다. 오락실노래방처럼 동전을 넣어서 노래를 부르는 곳이었는데, 일주일에 한번은 꼭 갔던 것 같다. 많은 시도를 해보았다.
재수할때 만났던 그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잘부르는 가수는 코와 입으로 부르는 다는 말을 어쩌면 알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가성인지 진성인지 알듯말듯한 목소리를 내는 오묘한 짓을 알게되었다. 그게 어쩔때는 되고 어쩔때는 안되어서 정말 답답했다. 내가 뭐가 문제인지 몰랐다.
전역을 했다. 전역을 하고 노래를 불러도 역시 그대로였다. 하지만 어디서 줏어들은 공명점에 대한 생각을 조금 하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고음이 올라갈 수록 공명점도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성대를 끌어 올리는 게 아니고 그냥 소리가 그 곳에서 나야한다는 것이다. 정말 그게 마치 온라인 게임 크리티컬 터지듯이 어떨때는 되고 어떨때는 안됐다. 왜 안돼는지 몰랐다. 그 때는 바이브레이션을 하는게 멋잇어 보여서 연습을 몇번 했는데, 정말 감이 오지 않아서 금방 때려 치웠다. 그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복식호흡은 대체 왜 하는지 몰랐다.
난 간혹 발성연습들을 하였다. 그냥 중고딩시간 음악시간에 목풀기로 했던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말이다. 대충 감이 있었다. 어쩔때는 목을 조이는 건지 어쩔때는 그냥 공명점이 올라가는지 말이다. 근데 정말 이상한 점은 난 으나 이 발음을 발성할때 정말 못했다는 것이다. 높은 음이 올라갈 수록 정확한 발음을 내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건아예 소리가 삑사리로 올라가니 정말 괴로울 때도 있었다.
전역을 하고 일년정도가 지났다. 알수는 있었으나 할수는 없었는데, 어떻게 목에 힘을 빼고 편하게 부르는 것이 어떤때는 되고 어떤때는 안되었다. 나는 한번 쏵 내지르고 노래를 시작하면 그게 되는 줄 알고 처음에 정말 높은 엠씨더맥쓰의 노래들을 열창하고 해보았는데, 역시 랜덤으로 그 목소리가 나왔다. 물론 좋은 목소리는 아니고 음이 코와 입으로 나오거나, 2옥타브 미나 파정도의 음이 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그냥 코뒤쪽즈음의 공명점에서 소리나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난 최근들어 시험준비를 한다는 핑계로 집에 있는 날이 잦아졌다. 집에 나혼자만 있게 되니, 간혹 이것저것 하게 되었는데, 노래를 부르는 것도 그중 하나가 되었다. 정말 내 어떤 때보다도 노래를 참 많이 불러보았다. 어떠한 계기로 임창정에게 꽃혀서 그의 창법을 많이 찾아보았는데, 진성을 이용해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그 목소리를 카피하려고 무진장 애를 썼고, 임창정의 음역대는 되지 않아도 약간의 콧소리를 섞어서 내가 듣기에는 조금 비슷하게 만들어 볼 수 있었다. 임창정씨가 클라이맥스를 부를때 숨이 터져나오는 것처럼 노래를 부르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신경쓰면서 불러 보았다. 목이 터지듯이 불러서, 한곡 부르면 목소리가 조금 갈라졌는데, 노래를 연달아서 부를 수가 있었다. 무슨 영문인지 몰랐는데, 이상하게 노래를 계속 부를 수가 있었다. 친구를 꼬셔서 노래방을 가서도 해보았는데, 그래도 예전보다는 노래를 많이 해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아주 목이 맛탱이가 가버려서 노래를 부르지도 못하게 된 적이 많았는데, 목이 가기는 해도 아주 할수 없는 지경이 되지는 않았다. 얼마전에 친구랑 노래방을 갔다. 근데 갑자기 안되는 거다. 다시 목을 조이게 되는 것이다. 입을 크게 벌리고 공명점을 코위로 올려보려고 애를 썼는데 그게 안됐다. 난 상심했지만, 노래를 아직 포기하지는 않았다.
난 그리고 얼마전에 왜 복식호흡을 하는지 알았다. 노래를 왜 배로 부르는 거라는 건지도 알았다. 나는 배에 숨을 채우기만 했지 그것을 쓸줄을 몰랐다. 그럭저럭 복식호흡을 해왔고, 담배도 끊어서 폐활량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대체 왜 하는지 몰랐었는데, 나는 배에 힘을 주라는 것이 배의 공기를 코와 입으로 내뱉는 힘으로 소리를 내라는 것인지 이제야 알았다. 노래를 부를때 왜 삑사리가 나는지 이제야 알았고, 노래를 부를때 왜 호흡이 부족하다고 하는지 안지 무려 노래에 관심을 가지고 시작한지 10년이 지나서 알았다. 노래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노래를 잘하는 친구들도 주변에 드물었지만, 이렇게 오래 걸리다니 아니 평생을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말 난 노래를 잘하고 싶다.
가수가 되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노래방에서 남들이 부르기는 조금 힘든 노래를 맛깔나게 부르고 싶었다.
나만의 음색을 가지고 부르고 싶다는 것이다.
혹시나 결혼을 할 때 내가 신부에게 축가를 불러주고 싶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발을 들여 놓게 된 것 같아서 정말 감개무량하다.
예전에는 왜 복식호흡을 하는지 몰라서 정말 생각나도 안했는데, 최근에는 무언가를 하다가도 생각이 나면 자세를 고치고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는 점에서 동기라는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쁘고 힘든 나날들이겠지만, 이제 조금씩 연습해보려한다.
삶의 틈바구니 속에서 가수는 아니더라도 나만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가능성을 10년의 기간동안 그래도 한걸음씩 한걸음씩 찾아온 것을 정리해보니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났다. 다음에 이 글을 볼 때면 지금 보다 또 한걸음 나아가 있는 나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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