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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칭 포 슈가맨 (Searching For Sugarman) - 우리들의 슈가맨을 찾아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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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칭 포 슈가맨 (Searching For Sugarman) - 우리들의 슈가맨을 찾아서

김창식 2016. 2. 2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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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하고 놀라운 이야기의 시작.


얼마 전 JTBC에서 유재석과 유희열이 진행하는 투유프로젝트 슈가맨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내용인 즉,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사라진 가수, 일명 '슈가맨'을 찾아 나서는 프로그램입니다. 과거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서칭 포 슈가맨(Searching for sugarman)이라는 영화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만든 프로그램이 아닐까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번에 서칭 포 슈가맨이라는 영화를 한번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은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2012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공개되고 관객상, 심사위원상과 특별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2012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입니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팝 역사상 가장 신비로운 가수라고 불리는 '시스토 로드리게즈'입니다. 


1970년 1집 앨범 Cold Fact와 더불어 71년 Coming From Reality를 발표했던 시스토 로드리게즈는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한 채, 가수 활동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디트로이트에 살면서 평범한 공장 노동자로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로드리게즈에게 어느날 한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리고 자신이 이때껏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걸려온 이 전화에서 신비하고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슈가맨은 누구인가?


1970년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도 케이프타운에서는 한 전설적인 가수에 관한 이야기가 떠돌고 있었습니다. 그 가수의 이름은 '로드리게즈'. 그의 첫번째 앨범인 <Cold Fact>는 남아공에서는 굉장한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사람들은 그 가수가 누군지는 몰랐다는 것입니다. 그냥 슈가맨이라는 앨범 수록곡 하나때문에 슈가맨이라고 불렸을 뿐이었습니다. 그에 대한 소문은 다양하게 생산되고 퍼져서 종국에는 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심지어 로드리게즈가 관중들이 지켜보는 무대 위에서 분신자살을 했다고 말입니다.


대체 슈가맨은 누구일까요. 영화는 앨범의 제작사를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로드리게즈의 음반제작자인 데니스 코피, 마이크 시어도어, 스티브 롤랜드 등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그들은 로드리게즈가 특색있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고, 훌륭한 노래들이기도 해서 당연히 성공할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전혀 그러지 못했고, 결국 크리스마스 2주 전에 레코드사에서 소속해지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로드리게즈는 비참한 흥행 실패를 맛보고 그렇게 음악계에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가 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에서는 전혀 듣도보도 못한 가수였다는 것인데요, 이런 로드리게즈의 노래가 어떻게 남아공에 전해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스테리입니다. 앨범은 분명히 10장도 안팔렸는데, 그것을 산 사람이 어찌하여 남아공에 오게되었으며, 그것이 어떻게 유행이 되어서 남아공 전역에 퍼지게 됐는지 말입니다. 당시 남아공은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황이었는데, 이것이 로드리게즈의 흥행에 일조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로드리게즈 앨범의 가사가 억압된 국민들에게 해방감을 선사했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예전에 아침이슬과 같은 노래를 시위할 당시에 불렀다면, 남아공에서는 Cold Fact라는 앨범이 그런 역할을 했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그런 정도로 흥행을 했으면 한번쯤 어떤 가수인지 궁금해했을 법한데, 사회도 워낙 혼란스럽고, 매체도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에, 지구 반대편인 미국의 가수라서 그런지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았습니다. 그의 정체를 의심한 건 레코드 점의 주인 시거맨 뿐이었는데, 그 조차도 의심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 신비한 이야기가 더 나아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결국 로드리게즈의 정체를 밝혀보고자 시거맨과 그의 일행은 가사를 추적하면서, 인터넷에 공고를 냅니다. 결국 디트로이트까지 추적에 성공하게 됩니다. 슈가맨을 찾아보자는 이 이야기는 음악 평론가인 크렉 바톨로뮤에 의해 지면에 실리게 되고 그것은 결국 로드리게즈의 귀에 들어가게 됩니다.


콘서트장에서 분신 자살했다고 알려진 로드리게즈는 사실은 디트로이트의 공사판을 전전하는 일용직 노동자였습니다. 그는 그 이후 음악을 제쳐두고, 자신의 딸들을 위해 기꺼이 몸을 헌신하는 가장으로 살아왔던 것입니다. 로드리게즈의 노력으로 딸들은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고, 아버지를 많이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슈가맨의 이야기를 로드리게즈에게 전해준 사람도 그의 딸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그는 용기를 내어 남아공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로드리게즈는 무려 수십년전에 발매했던 앨범이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타국에서 대 흥행을 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하며, 많은 사람 앞에 서본적도 없지만, 남아공에 갔을 때 과연 자신이 꿈꾸었던 것처럼 반겨줄 사람이 있을지 불안해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불안감은 남아공에 도착하는 순간 일거에 사라졌습니다. 5000석 규모의 공연장은 순식간에 꽉 차게 되었습니다. Thanks Keeping me alive(나를 살아있게 해줘서 고맙습니다.)가 그가 공연장에서 처음으로 했던 말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콘서트는 성황리에 끝마치게 되고 로드리게즈는 평생에 잊지 못할 추억을 팬들에게 선물하고, 또 팬들에게 선물을 받고 그렇게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Thanks. Keeping me alive.


우리들은 왜 이런 슈가맨의 이야기에 열광하게 되었을까요. 저는 그가 남아공에 도착하고 콘서트를 시작할 때,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왜 이것이 그렇게 감동적인 이야기인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필력이 좋지 않아서, 두서없이 써보았습니다.




우선 영화는 남아공의 전설적인 가수인 로드리게즈와 디트로이트의 고달픈 노동자로서 힘겹게 살아간 로드리게즈의 삶이 대비되어 나타납니다. 전설적인 가수 로드리게즈는 혼란스러웠던 남아공의 70년대 사회에 음악을 통해 큰 위안을 선사했었고, 노동자 로드리게즈는 자신의 꿈을 접고 딸들을 훌륭히 교육시켜서 소박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냈고요. 우리들은 그 둘이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가수로서 마음 깊숙한 곳으로 숨어버린 줄 알았던 꿈들이 극적인 과정을 통해서 실현된다는 건 얼마나 벅찬 일일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로드리게즈가 콘서트 장에서 느꼈을 감동은 얼마나 대단한 것일까요. 관중도 가수도 서로 감격에 벅차 말을 잊지 못했던 그 순간에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요. 로드리게즈를 끈질기게 찾으려 했던 팬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자신의 노래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로드리게즈는 자신의 노래를 마음깊이 공유하고 있는 수많은 남아공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갔을 지 모릅니다.


그런데 왜 로드리게즈는 남아공에 남지 않고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갔을까요? 생각해보면, 그것이 로드리게즈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십년이 지나 머나먼 이국영토에서 열게된, 처음이자 마지막 콘서트를 기점으로 남아공 사람들의 추억에 다시금 아로새겨진 올드싱어는 그렇게 가장 행복하고 열렬한 순간에 떠나야 아름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러분의 슈가맨은 누구입니까?


이쯤해서 각자 자신만의 슈가맨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의 슈가맨은 누구일지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일전에 블로그 포스팅을 하기도 했지만, 지오라는 가수가 아마 저만의 슈가맨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은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나를 살아있게 해주어 고맙다는 로드리게즈의 한마디가 자꾸만 생각납니다. 그의 목소리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의 노래를 듣고 감동을 느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 세상 속 슈가맨들이 알아 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스스로를 다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힘내어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위 사진은 네이버 영화 - 서칭 포 슈가맨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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