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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과학과 행운중 누가 더 우세할까? 본문
현대과학 대 포천쿠키의 대결
당첨 확률 814만5060분의 1, 6개의 숫자를 맞히려고 20주간 매주 10만원어치의 로또를 사 실험을 하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바이오및뇌공학과
나는 2007년 무렵 매주 10만원어치씩 20주 동안 로또를 구입한 적이 있다. 아니 무슨 과학자가 그런 비과학적인 행동을 하느냐고? 바로 이 글을 쓰기 위해서다. 사연인즉슨 이렇다.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중국음식점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포천 쿠키’를 꼭 받았다. 그 안에는 행운을 빌어주는 경구와 함께 행운의 숫자 6개가 담긴 포천 종이가 들어 있다. 대개 50 이하의 숫자로 이루어져 있어서 미국 사람들은 이 번호를 로또에 사용한다(흥미롭게도 정작 중국 내 음식점에선 포천 쿠키를 주지 않는다. 포천 쿠키는 미국인들에게 동양적으로 어필하는 중국식 상업 전략이다).
내가 모은 포천 종이는 무려 200장. 나는 이 포천 종이들을 평소 지갑에 넣고 다니며 내 인생의 ‘승부 한 방’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이 종이들을 지갑에 넣어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했다.
회심의 평균 회귀 이론도 적용했건만
다른 한편으로 나는 ‘중국 포천 쿠키의 마력을 믿을 리 없는’ 과학자다. 1부터 45까지의 숫자 중에 6개 숫자를 모두 맞혀야 하는 로또는 특별히 어떤 숫자가 선호될 리 없으며, 당첨 확률은 누구에게나 814만5060분의 1이다.
물론 지난 5월7일 440회차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1등 당첨번호에 가장 많이 나온 숫자는 1이다. 1등 당첨번호에 무려 67회나 등장했으며, 여기에 포함될 확률이 15%나 된다는 얘기다(그 뒤로 37, 17, 19, 20, 27, 2 같은 숫자들이 가장 많이 등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로또가 특정 번호를 선호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각 번호가 당첨번호에 포함될 확률이 꾸준히 요동치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요즘 몇몇 웹사이트들이 로또 당첨번호를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예측해준다고 떠들지만, 들여다보면 대개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 그들은 순전히 지금까지의 당첨번호들을 통계적으로 분석해서 가장 당첨 확률이 높은 번호들을 추출해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로또는 매회 독립 시행이다.
그런데 2007년 무렵 내 눈을 사로잡은 책이 한 권 있었다. 미국 사람이 한 회차에 등장하는 로또 번호들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책인데, 흥미롭게도 내 전공인 복잡계 모델링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꽤 그럴듯하게 보였다. 매회 로또 당첨 번호들은 서로 ‘복잡성’(엔트로피로 특정되는)이 최대화되는 방식으로 정해지더라는 것이다. 즉 1, 2, 3, 4, 5, 6 같은 숫자조합이 당첨번호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얘기였다.
이 책은 내게 묘한 대결 심리를 부추겼다. 과연 현대과학과 중국의 포천 중에 어떤 것이 더 로또 번호를 예측하는 데 탁월할까? 과연 현대과학은 중국의 미신이나 영험한 믿음보다 더 그럴듯하게 로또 번호를 예측해줄 수 있을까? 나는 현대과학의 위용을 로또를 통해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중국 포천 쿠키가 추천해준 숫자로 매주 10만원어치씩 10주 동안 로또를 했다. 그리고 그다음 10주 동안에는 현대과학이 추천해준 숫자들로 매주 10만원어치씩 로또를 해보기로 했다. 과연 어떤 전략이 더 실적이 좋을까? 내겐 너무나도 궁금한 질문이었다.
과학적으로 로또 번호를 예측할 때 ‘평균으로의 회귀’ 이론도 적용했다. 우리나라에서 로또가 시작된 것은 2002년 12월, 따라서 회차가 별로 되지 않아 아직 평균으로 수렴하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이럴 때 평균으로 회귀하려면 자주 나오는 숫자는 오히려 다음 회차에선 잘 안 나온다는 것이 평균으로의 회귀 이론의 메시지다(첫해 타율이 좋았던 선수가 ‘2년차 징크스’를 겪는 것도 같은 이유다).
흥미롭게도, 중국 포천 쿠키의 예측력은 영험했다. 10주 동안 100만원어치 1천 개의 로또 번호쌍 중에서 무려 65개가 3개 이상의 번호를 맞혔다. 4개의 번호를 맞힌 경우도 무려 7번. 내가 번 돈은 90만원 정도, 물론 100만원을 투자했으니 손해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수익률이 높았다(우라나라 역대 최고 1등 당첨금은 407억2295만9400원이었다).
판돈 90% 회수한 포천 쿠키의 승
반면 현대과학의 예측력은 음식점의 포천 쿠키만 못했다. 3개 이상의 번호를 맞힌 경우가 54회, 4개의 번호를 맞힌 경우는 3회에 불과했다. 당첨금은 대략 60만원. 농협 언니가 매주 내 로또 용지를 검사하며 당첨금을 주며 나를 ‘뭐하는 사람일까?’ 신기해하며 보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나는 이 로또 실험을 통해 현대과학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21세기 과학기술의 시대, 지식정보의 시대라고 하지만, 중국 포천 쿠키보다 예측을 제대로 못하는 걸 보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꼈다(지면이 좁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서 그렇지, 사실 내 로또 번호 예측이론은 꽤 정교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어느 날, 우연히 로또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지난 당첨번호 리스트를 다시 보게 됐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만약 20주가 아니라 아직도 하고 있었다면 나는 과연 1등에 당첨될 수 있었을까? 그래서 포천 쿠키 번호와 과학적으로 예측된 번호 리스트 중에 혹시 그동안 당첨된 번호쌍이 있는지 무심코 확인해본 것이다.
그런데 이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몇 달 전의 당첨번호가 내가 과학적으로 예측한 번호와 무려 5개가 정확히 일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한 자리 숫자만 다른 경우에도 금액은 수백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실망하긴 했지만, 아직 현대과학은 죽지 않았어! 충분히 실험을 반복하면 현대과학이 중국의 포천 쿠키를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흐뭇했다!
1971년 6월 미국 뉴저지주에서 처음 시작됐다는 로또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나처럼 흥분시켰을까? 로또복권 수탁사업자인 (주)나눔로또가 2010년 한 해 동안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로또 1등 당첨자들의 표본은 ‘평소 1만원 이하 구입에, 조상 관련 꿈을 꾸고, 85㎡(약 25평) 이하 아파트를 소유한, 고등학교 졸업 학력의 기혼 40대 생산직 관련 종사자 및 자영업자’라고 한다(‘인생 한 방’을 노리는 로또 구매자 중 여성보다 남성이 두 배나 더 많다!). 한때나마 로또는 이들을 ‘이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으로 흥분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또 로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나처럼 낙담하게 했을까? 내 친구 중에는 당첨 횟수가 가장 적은 숫자인 ‘38’층 아파트에 살고 있다가 재수가 없다며 이사간 친구도 있고, 매주 3만원어치씩 20년째 로또를 하는 녀석도 있다. 그것도 매번 같은 시간, 토요일 아침 9시에.
일상의 탈출구 또는 절망적인 도박
어렸을 때 로또 당첨자에게 돈을 배달해주는 미국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직장을 그만두고 멕시코 칸쿤 같은 곳으로 이민을 갔다가 이혼하고 금세 돈을 탕진했다는 얘기부터, 암에 걸렸으나 수술비가 없어 전전긍긍하다 로또 당첨금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 사연까지, 당첨자들의 인생은 참 굴곡이 깊었다.
사실 ‘로또’란 ‘확률상 당첨자가 나오기 마련이지만, 그게 ‘나’일 확률은 거의 없는 ‘심심풀이 도박’이다. 희망 없는 현대인들의 ‘일상의 탈출구’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탈출 확률이 낮은가를 보여주는 절망적인 도박이 바로 로또 아닌가? 그러나 나는 매주 로또의 번호를 정성스레 색칠하며 간절하게 TV 앞에 앉은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들이 제 월급으로 편한 집에서 안락한 가정을 이룰 가능성은 로또보다 낮기에, 그들은 가장 높은 확률인 로또에 매주 1만원을 걸고 있는 걸 게다.
출처 :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96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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