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Story

여우비를 맞아 본 적이 있습니까. 본문

잡종

여우비를 맞아 본 적이 있습니까.

김창식 2013. 1. 19. 02:37
반응형

여우비를 맞아 본 적이 있습니까.

 

꾸리꾸리한 비구름 속을 달리던 버스가 더없이 축축했던 날입니다.

 

정류장에 내려 터덜터덜 걷다가 하늘을 보니

앞쪽 환한 햇살이 제 발끝을 닿을듯 말듯 비추고 있었습니다.

 

발끝에 구름이 종대로 선 군인들 마냥 펼쳐져 있었고,

경계를 넘어 햇살을 좇으려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잡힐듯 잡힐듯 하면서도 햇살은 잡히지 않았고,

구름의 병사들은 제 발길을 휘감아 묶어버렸습니다.

 

여우비를 맞아 본 적이 있습니까.

 

조금만 더 걸어가면 따뜻한 햇살이 가득할

그 곳으로 갈 수 없었던,

 

조금만 더 걸어가면 환하게 펼쳐졌을

어둠과 밝음이 공존하는 그 곳에서

 

여우비를 맞아 본 적이 있습니까.

반응형

'잡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대장 배포] 티스토리 초대장 10장 배포합니다^^  (23) 2016.02.23
젊음과 늙음?  (0) 2015.06.16
그릇에 꼬옥 맞는 내 음식  (0) 2012.08.28
KBS 드라마 스페셜 큐피드 팩토리 中  (0) 2011.10.31
유추프라카치아  (0) 2010.05.23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