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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노동자의 기준은 무엇일까

김창식 2018. 5. 2.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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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5월 1일 노동절이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근로자의 날'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근로자와 노동자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 큰 차이를 알 수는 없으나, 북조선의 로동 1호 로동신문 따위로 인하여 노동자라는 의미가 좀더 불쾌하게 와 닿을수는 있겠네요. 저는 북조선 따위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라는 말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이 쓴다고 제가 생각하는 옳은 말을 못쓰는게 더 불쾌하네요. 


기본적으로 노동자는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어떤 사업장에서 노동을 지불하고 그 댓가를 임금으로 받는 사람을 노동자라고 하는 것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해서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 정도가 노동자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책상머리에 앉아서 펜대를 굴리는 사람은 노동자인가? 혹은 어느정도 높은 자리에서 부하직원들을 거느리고 관리하는 직책을 맡는다면 이들은 노동자인가? 입니다.


우선 책상머리에 앉아서 펜대를 굴리는 사람은 노동자일까요? 


네. 노동자 맞습니다. 노동의 정의 자체가 마치 육체적인 것으로 한정해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정신적인 노력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과거 여러 계급사회를 논할때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등의 용어가 많이 거론된 경우가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블루칼라는 청색 작업복을 입는 공장노동자나 일용직 노동자를 일컫는 말이고 화이트칼라는 하얀 셔츠를 입는 사무부문에 종사하는 사무원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단적으로 블루칼라는 육체노동자 화이트칼라는 정신노동자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은 노동자가 아니고 근로자라는 그게 그거인 용어를 주장하는 웃지못할 일도 더러 있곤 합니다.


이 또한 노동이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이나 노동이란 육체노동 정도로 인식하는 것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용어를 잘못 알았다면 바로잡아 쓰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라고 하여 창피하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잘라말해서 노동자가 아니면 자영업자나 기업체의 사장 정도로 볼 수 있을지언대, 그렇게 따져보면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면서 노동자이기를 거부합니다. 모두 대접받는 사장이 되고 싶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노동자라는 것에 자부심이 없는 것은 확실하겠네요.


그럼 두번째로 어느정도 높은 자리에서 부하직원을 거느리고 관리하는 직책을 맡는다면 이들은 노동자일까요?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일단은 노동자는 맞습니다. 사전적 정의에 따라서 이야기한다면 말이지요. 어떤 부분에서 논란이 있느냐 하면, 노동조합의 가입과 관련해서입니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구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가집니다. 회사별로 일정 협약에 따라서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사람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대체로 어느 정도 위치 이상의 직원이나 인사부서에 근무하는 직원 등이 그 예에 해당됩니다. 


그렇다면 관리자의 입장에서 본인은 노동자라고 인식을 할까요? 아니면 사용자라고 인식을 할까요? 모르긴 몰라도 월급을 받는 월급쟁이는 일한 댓가로 받는 돈으로 생활을 영위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노동자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사회나 국가별로 인식의 차이가 발생하는 듯합니다. 


서구유럽 특히 북유럽 같은 국가에서는 직위가 높은 사람이나 공무원 등도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노동자로서 개인을 인식하고 살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회사를 위해서 일을 하고 그 댓가로 돈을 받고 사는 것이니 본인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할 이유도 없고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로서 생각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좀 다른 듯합니다. 어떤 계급의식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 직원들 몇십, 몇백명씩 거느리면 자신이 마치 상전인줄 알고 왕이 되려고 하니 노동자가 성에 차겠습니까. 이쯤에서 과거 양반들의 족보를 가지려고 아등바등거리는 졸부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부연으로 공무원은 노동자일까요? 혹자들은 공무원은 국가의 녹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노동자라고 정의하기가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럼 노동자가 아니면 국가의 노예인지 묻고 싶습니다. 공무원 역시 자신의 노동을 국가에 바치고 댓가를 받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일한 댓가를 받아가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거기서 왜 세금이 나오고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도 한몫하겠네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가가 자신이 채용한 직원의 복리후생을 잘 보장해야 경영인들도 기업체 등을 운영할 때 귀감이 되는 법입니다. 국가가 나서서 월급도 제대로 안주고 직원을 혹사시키고, 돌봐주지 않는다면, 그 나라의 어떤 경영인들이 직원들을 아끼려고 하겠습니까.


잡소리가 길었습니다만, 아무튼 공무원도 자신이 일한 댓가를 받는 것이니 당연히 노동자라고 인식해야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공무원의 노동조합의 가입을 제한하는 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노동자라고 인식하지 못할 근거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노동자이지만, 국가의 기능 유지를 위하여 필요 최소로 제한한 것이라고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처한 자리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일을 해야합니다. 경영인은 기업의 경영자로써의 자부심을, 육체 노동자는 자신의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정신 노동자는 자신의 업무 처리에 대한 자부심을 느껴야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일한 댓가로 돈을 받을 때 떳떳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고, 노동의 가치가 숭고하다는 것을 보다 깊이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노동자라는 말이 더이상 천박한 의미가 아님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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