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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왜 개고기를 먹으면 안되는가?

김창식 2017. 12. 17.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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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단 한번도 개고기를 먹은 적이 없다. 앞으로도 먹을 생각이 없지만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꽤 오래전에 우연히 아래의 기사를 보게 되어 스크랩을 해두었는데 오랜만에 읽어보니 허점이 많은 글이라고 생각되어서 반론을 좀 해보고자 한다. 반론은 기사의 마디마디마다 굵은 글씨로 표시를 하였다.


당신이 개고기를 먹지 말아야 할 6가지 이유

(원글 출처 : http://www.huffingtonpost.kr/daymoon-/story_b_7975504.html)

개고기를 먹지 말자고 하면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돼지나 소는 안 불쌍하냐? 개만 특별하냐?"

아, 돼지고기나 소고기도 안 드시겠다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이렇게 또 한 명의 채식주의자가 탄생했습니다. 짝짝짝. 꼭 소 돼지가 불쌍해서가 아니라 공장화된 축산업이 야기하는 환경파괴와 지역사회 피해 등 각종 악영향은 어마어마하니까. 당신의 꿈에 부푼 귀농생활이 인근 돼지농가에서 방출되는 분뇨로 인한 냄새와 오염수 등으로 망쳐진다면 삼겹살은 쳐다도 보기 싫어질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개가 특별하냐고? 그렇다. 개는 특별하다. "견공(犬公)"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개특별 ㅇㅇ.

얼마 전, 짐바브웨의 사자 '세실'이 미국인 치과의사에 의해 가죽이 벗겨지고 참수된 참혹한 모습으로 발견되어 전 세계의 공분을 샀다.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으며, 치괴의사 월터 파머에게는 '미국에서 가장 미움 받는 남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런데 만약 미국인 치과의사가 사냥한 것이 사자가 아니었다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사자와는 거리가 먼, 흉측한 악어나 아나콘다 같은 파충류였다면? 아니, 파충류가 아니더라도 그냥 하이에나나 얼룩말이었다면? 이토록 상황이 심각해졌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세실이 다름 아닌 '사자'였기 때문에 미국이 부끄러워하고 세계가 분노한 것이다.

바로 문화적 맥락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맥락 안에서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먹는 것은 문화가 될 수 있어도 개고기를 먹는 것이 문화가 될 수는 없다. 새끼 돼지(애저), 송아지, 어린 양은 세계 곳곳에서 식재료로 애용되지만 당신이 강아지나 새끼 고양이를 잡아먹었다가는 사회에서 매장당할지도 모른다. 이런 차이를 만들어내며 작용하는 것이 문화이고, 2015년 현재 UN과 OECD 가입국이자 경제규모 세계 14위의 한국에서 살고 있는 문명권에서 살고 있다면 적어도 개를 먹을 것 취급하는 것보다는 특별하게 생각해야 바람직할 것이다. 그 이유를 여섯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 세실의 사례를 통해 문화적 맥락에 의해 어떤 것은 문화가 되고 문화가 되지 않는데, 개고기를 먹는건 그래서 문화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을 하였다. 우선 사례부터 적절치 못하다. 사자가 가죽이 벗겨지고 참혹한 모습으로 발견된 것이 비난을 받는 것은 그것이 '사자'라서가 아니라 동물을 학대했기 때문이다. 하이에나나 얼룩말이었다면 상황이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추측일 뿐더러 설사 그들이 학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치과의사는 비난을 받아야만 한다. 이는 문화적인 이유가 아니라 동물의 생명권과 그 고통의 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례부터 핀트가 맞지 않으니 뒤의 근거는 받침이 될 수 없다. 그래도 언급을 해보자면 필자는 문화의 개념을 매우 좁게 가정하고 글을 썼다. 여러분은 문화의 정의를 알고 있는가? 마치 문화라는 것이 사회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만 전개되는 것만 정의할 수 있다면 문화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백과사전에 문화는 딱히 하나의 의미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 문명권인 한국에서 개고기를 먹는건 안된다고 한다. 기사를 적은 꿀곰이라는 자가 말하는 문명권(?)에서 개고기 먹는 것이 문화가 아니다라는 말은 문명권에서 생각하는 문화가 가장 덜 야만적이고 우월하다는 의식에서 나오는 문화 절대주의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란 잡식동물이다. 누구를 먹고 누구를 먹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이 선택할 것이다. 지구라는 세계의 패권을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이 잡고 있으니, 인간이 규정하는 대로 누구는 먹이가 되고 누구는 먹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인 것이다. 심지어 고기를 먹지 않고 풀을 먹는다고 할지라도 극단적으로는 풀의 생명을 앗아갓으니 이런 생명의 인식은 따져보자면 끝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개를 특별한 위치로 정하고 이유를 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1. 혐오 음식

개고기를 '문화 상대주의'로 설명하려면, 먼저 '개고기'가 '문화'라는 전제가 성립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개고기가 '문화'가 될 수 있는가?

어떤 것을 먹는 것이 '문화'의 범주 안에 포함 될 수 있으려면 그것을 먹지 않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혐오감을 불러일으켜서는 안된다. 문화에는 최소한의 합의에 도달한 보편성이 필요하다. 이것은 비단 개고기 뿐만 아니다. 웅담은 곰을 산 채로 매달아 상처입혀놓고 채취하는 잔혹한 방식 때문에 비난 받는다. 물고기는 회떠먹든 튀겨먹든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고래는 단순한 물고기가 아니다. (원피스에 괜히 고래가 나오는게 아니다) 감정을 느끼고 지능이 높은 고등생물이다. 생존을 위해 작살로 사냥하던 툰드라의 이누이트족들이 단백질을 얻기 위해 고래를 사냥했던 시절과는 다르다. 생존을 위한 식량과는 전혀 상관없이 단지 고기맛을 보기 위해 포경을 하는 일본은 국제사회의 오랜 골칫덩어리고, 이것을 '문화'라고 부를 수는 없다. 오리나 거위를 고문하여 얻어내는 잔인한 푸아그라 역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드라마 <파스타>에는 이선균이 푸아그라는 동물을 학대하는 요리라며 대체음식을 만드는 장면이 등장한다) 영국, 스위스 등에서 퇴출되었으며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캘리포니아 내의 푸아그라의 생산과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하물며 동서고금을 통틀어 인간의 가장 오래된 친구인 개를 먹는 것을 문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글쎄, 개고기를 문화라고 부를 수 있다면 개고기도 비빔밥 불고기 김치와 더불어 당당하게 한식 세계화 메뉴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백종원은 집에서 간편하게 즐기는 개고기 수육 레시피를 소개할 것이고, <냉장고를 부탁해>의 출연자 냉장고의 고기칸에도 들어있겠지. 최현석과 샘킴 셰프가 이탈리안 퓨전 스타일의 개고기 요리를 선보이면 출연자가 깜짝 놀라며 함박 웃음을 지을 것이다. 성시경 신동엽은 직접 만든 특제 된장소스를 개고기에 치덕치덕 바를테고. 그렇게 할 수 없는 작금의 개고기를 '문화'라고 할 수 있는가? 그게 아니면 일종의 서브컬쳐인가?

- 위에도 언급했지만 꿀곰이라는 자는 문화를 보다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다. 일반적인 사람이 문화라는 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겠다. 문화에는 최소한의 합의에 도달한 보편성이 필요하다는데, 보편성을 차지하는 위치가 꼭 세계적으로 적용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어떤 A라는 문화가 없는 B라는 나라에 혐오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문화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인류의 보편적 가치의 측면으로 따져보았을 때 문제가 있다면, 국제적으로 나서서 규제를 해야 되는 것이다.(대표적인 사례로 할례가 있다. 할례 역시 문화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으나, 여성의 인격을 크게 훼손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

 기사가 말한 예시들도 개고기를 먹어서는 안된다는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인간이 곰을 산채로 상처입혀서 웅담을 채취하거나, 오리나 거위를 고문하여 얻어 내는 푸아그라를 퇴출해야하는 이유는 당연히 살아있는 동물을 학대했기 때문이다. 동물을 괴롭히거나 고통을 주는 것은 동물의 생명에 영향을 주는 것이니 당연히 비난을 받는게 마땅한 것이라고 인간이 보편적으로 인식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포경을 국제적으로 규제하는 이유는 고래의 멸종위기 때문이지 고래가 숭고하다는 인식 때문이 아니다. 원피스니 드라마 파스타니 이런 건 그냥 감성팔이식 이유밖에 안되니 언급을 안하는게 차라리 낫다.

 그 다음 문단에는 한식 어쩌구 얘기하고 있는데, 이미 문화의 정의를 계속 틀린채로 이야기하고 있으니 더 언급할 필요가 없다. 한식문화라고 하면 그 범주에 개고기를 먹는 것도 있는 것이다. 다만 그게 국제적으로 공감을 얻을 수 없으면 방송에 내보낼 필요가 없는것이지 그걸 창피하고 야만적이라고 다른 나라가 생각한다고 문화가 아니라고 단정짓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2. 인간의 감정을 읽는다

개는 인간의 표정과 감정을 인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늑대와 개를 구분 지어주는 가장 명확한 차이점이다. 개는 항상 인간의 주의를 살핀다. 인간의 감정 상태에 개는 영향을 받으며 상호교감한다. 반대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개가 내는 소리로 개가 어떤 감정상태인지 구분해 낼 수 있다. 반가워서 짖는건지, 경계하는건지, 좋아서 우는건지 개를 키우는 사람은 소리만 들어도 안다.

- 개가 인간의 감정을 읽어서 개를 먹으면 안된다? 다른 동물이 만약에 인간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면 그 동물은 먹어서는 안되는가라고 반문하고 싶다. 개를 먹으면 안된다는 논거로 적용될 수 없다.


3. '식용 개'는 없다

당신이 사먹을 수 있는 개고기는 둘 중 하나다. 버림 받은 개거나, 훔쳐온 개거나. 애견샵에서 팔리는 개들은 대부분 공장에서 찍어내듯 '생산'되는 강아지들이다. 그 강아지를 낳는 어미는 번식장에 갇혀서 배란촉진제를 맞아가며 강아지 상품을 '생산'해낸다. 더 이상 새끼를 생산할 수 없게 되어 쓸모가 없어지면, 드디어 보신탕 가게로 팔려나간다. 혹은 개를 풀어놓고 기르는 시골 동네에서 개장수가 몰래 잡아온 누군가의 사랑을 받던 개거나, 유기견이 되어 모란시장의 철창에 갇혀서 고기가 될 날만을 기다리는 개다. 돼지, 소, 닭처럼 고기를 생산해내기 위한 목적으로 길러지는 '식용 개'라는건 없다. 하물며 그렇게 키워지는 돼지 소 닭도 도축 전까지는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않고, 최소한의 공간을 마련하는 등 인도적인 환경을 제공해야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유럽, 캐나다, 미국 9개 주 등에서 어미 돼지의 '스툴' 사육이 금지됨) 그것이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것이다. 그런데 개들을 마구잡이 식으로 잡아와 불법으로 유통되는 개고기를 식품으로서의 위생이나 안전성 문제까지 무시하면서 반드시 먹어야겠는가?

- 식용 개가 없으면 식용 개를 정식적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버림 받거나 훔쳐온 소를 위생상 문제가 있음에도 지속적으로 먹는다면 소를 못먹게 해야할까 정식적으로 유통구조를 개선해야할까? 소 말고 개에게 사육에 인도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추세로 나간다면 안되는 것인가?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도록 개를 사육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이 문단의 전개의 결론에 도달하는 올바른 방법이다. 한마디로 엉터리 논거.


4. 영리함

모든 개가 다 영리하고 쓸모가 많은 것은 아니다. 돼지도 영리하고 지능이 높다. 그러나, 그럼에도 '맹인안내돈(豚)'이나 '인명구조돈' '마약탐지돈'은 상상할 수 없다. 돼지가 킁킁 거리며 공항을 누비거나 사고 현장을 탐색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훈련 받은대로 인간의 지시에 복종하고 헌신하는 개만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사람을 눈과 발이 되어주고, 생명을 구하고, 범죄에 대처하는 개가 아직도 먹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하면, 문명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심각하게 의심해봐야 하지 않을까


5. 교감 능력

개는 인간에게만 예민하게 반응할 뿐 아니라, 다른 어떤 동물과도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친구를 저버리지 않는다. 지구상에 이런 종이 또 있을까?


6. 충성심 혹은 변함 없는 애정

당신의 연봉이 얼마든, 얼마나 못 생겼기고 뚱뚱하든, 당신의 개는 당신을 싫증내지 않는다. 당신이 아무리 늙고, 초라해지고,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당신의 개는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며 꼬리를 흔들 것이다. 당신이 물에 빠지면 당신을 구하러 뛰어들 것이고, 당신이 죽으면 몇달이고 당신의 무덤을 지킬지도 모른다. 당신보다 먼저 죽었다면 그 개는 천국에서 당신을 기다릴 것이다.

- 개가 영리하다 교감능력이 뛰어나다, 충성심이 깊다고 먹지 말라는 얘기는 그냥 감성팔이식 이야기에 불과하다. 계속 이런식의 이야기를 근거로 언급하고 있는데 번호만 바꿔서 나열했지 사실 똑같은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냥 개와 같이 살면 먹기 좀 그렇지 않느냐, 개는 우리의 친구인데 어떻게 먹냐는 얘기하는 것이다. 이건 논리로써가 아니라 그냥 감정적으로 얘기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그럴거면 앞에서 줄줄이 문화 언급하면서 논리적인 양 글을 취할 것이 아니라 "집에서 개 한번 키우면 개 못먹어요~" 라고, "아니 난 논리는 모르겠고 개는 그냥 내가 생각하기에 불쌍하니까 먹지말자~"라고 얘기하는게 차라리 낫다. 

 유튜브에 찾아보면 진중권이 개고기를 두고 토론하는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lC5g0o_bLPU)이 있는데 이 말이 꼭 맞다. 개고기를 먹지 말라고 주장하는 자들은 논거가 일정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난 개고기 먹지 않고 먹으라는 사람있으면 단호히 거절할 것이다. 무슨근거로? 그냥 불쌍해서 먹기 그렇다고 얘기할 것이다. 내가 먹고 싶은 것 먹기 싫은 것에 무슨 그리 거창한 논거가 필요한가? 어차피 인간은 잡식동물이고 이기적인 동물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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