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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비평] ‘아모레미오’ 그 사건 이후 26년... 한결같았던 이 남자의 사랑

김창식 2012. 1. 30.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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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프레스=최상진 기자] 1985년 혼란의 시기.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여대생에게 한 눈에 반해버리고, 학생증을 전해준다는 핑계로 대학에 발길을 들여놓았던 것이 남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줄 그는 알고 있었을까...

KBS2 <드라마
스페셜> 연작시리즈 4부작드라마 시즌2 ‘아모레미오’(이하 <아모레미오>)에 시청자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화운동이 활발하던 시기, 운동권 여학생을 짝사랑했던 청년의 말할 수 없었던 과거가 하나씩 베일을 벗어가고 있는 이 작품은 최근의 드라마에서는 쉽게 만나볼 수 없었던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KBS<아모레미오> 방송화면 캡처


‘살인사건’ 그리고 26년, 그의 사랑은 한결같았네

드라마는 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의 투쟁과 이로부터 26년이 흐른 뒤 변해버린 그들의
모습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열혈 운동권이던 ‘수영’(김보경 분), 그녀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운동권 학생이 되어버린 노동자 ‘해창’(정웅인 분), 학생운동으로 인생의 나락을 겪었던 ‘민우’(김영재 분), 단지 잘 사는 집에 시집가는 것이 꿈이던 ‘도순’(박탐희 분) 모두가 26년 전 발생했던 ‘살인 사건’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채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짝사랑하는 수영 때문에 대학생인척 하며 학생운동에 동참했던 해창은 동지였던 ‘정만’(안신우 분)의 죽음을 목격한다.
식당 주인(서현철 분)으로부터 “수영이 그랬다”는 말을 들은 그는 모든 죄를 자신이 뒤집어쓰고 감옥행을 택한다. 그리고 뿔뿔이 흩어진 채 이들은 지난날의 상처 속에서 26년이라는 긴 시간을 흘려보냈다.

누구보다 불행한 시간을 보냈지만, 가장 행복한 오늘을 보내고 있는 인물은 해창이다. 26년 만에 늙고 병든 몸으로 수영이 돌아왔지만, 반평생을 기다려왔던 그녀이기에 해창의 마음은 더없이 부풀어 오른다. 비록 퉁명스러운 말투와 어색한 표정으로 일관하지만, 딸의 결혼식에 그녀가 함께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평생의 소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로 가득하다.

하지만 대기업의 부회장으로
성장한 민우는 과거를 덮으려 하고, 좋은 곳에 시집간 도순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났다. 위기를 겪고 있는 영세한 염색 공장 사장이 된 해창은 아직도 지난날의 그늘을 벗겨내지 못하고 있지만, 과거에도 그랬듯 묵묵히 눈앞에 놓여진 삶을 살아간다. 그것이 그가 수영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의 표현이기에….

사진=KBS<아모레미오> 방송화면 캡처

80년대 운동권, 고증보다는 감정의 극대화 위한 장치

80년대 당시 운동권은 추억이 될지 고통이 될지, 이것이 정의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채 당연히 휩쓸릴 수밖에 없었던 대학생의 필수 코스 중 하나였다. <아모레미오>는 위장 취업한 대학생에 의해 공장에서 해고됐다고 믿고 운동권 학생들을 경멸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시위의 선두에 서게 된 해창을 통해 시청자들이 지난날의 운동권을 관찰자적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운동권 학생들을 그린 에피소드의 중심 소재는 ‘프락치’다. 실제로 학생운동을 함께하는 척 하며 동료들을 밀고하던 이들은 대부분 발각되지 않은 채 조용히 잊혀져갔다. “과거를 후회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과거 프락치였던 이들의 이야기처럼 방송에서는 어쩔 수 없이 프락치가 된 민우가 가짜 대학생 해창을 프락치로 몰아가고, 살인까지 덮어씌우며 조용히 외국으로 빠져나갔다.

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당시 운동권의 모습을 회상시키는 것과 동시에 고증 논란을 빚어낼 수 있는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터넷 게시판과 SNS를 통해 작품 속 운동권과 당시 모습을 비교하는 이야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상에 등장하는 운동권의 이야기는 수영을 바라보며 평생을 살아가는 해창의 모습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등장한다는 점에 고증 논란은 피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

4부작 중 3회에 와서야 작품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살인사건’의 이야기가 등장했다는 점은 독특하게 느껴진다. 작가는 4회를 마치 ‘발단-전개-절정-결말’로 처음부터 나눠놓은 듯 매회 흐름을 정확하게 끊어 긴장감을 지속시켰다. 특히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했던 살인사건에 대한 진실을 풀어내는 과정은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 등장해 호평이 쏟아졌다.

여기에 과거를 밝혀내는 것에만 주안점을 두지 않고 주인공들의 현재 이야기에도 초점을 맞췄다는 점 역시 독특하게 다가온다. 해창의 딸이 도순의 아들과 결혼을 준비하고, 민우의 패션 회사가 해창의 염색공장에 발주를 넣고, 도순이 민우를 찾아가 아들의 취업을 부탁하며 다시 시작된 이들의 관계는 수영이 민우를 찾아가며 다시 한 번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극의 흐름이 심각해질 때마다 등장하는 ‘미래’(다나 분)와 ‘진국’(건일 분)이 부모님의 과거를 역으로 추적해가는 과정과 철없는 두 연인의 로맨스 장면도 긴장감이 이어지는 극의 흐름을 간간히 끊어주는 동시에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사진=KBS<아모레미오> 방송화면 캡처

80년대와 현재를 넘나드는 출중한 연기력, ‘명품 드라마’의 밑거름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만으로도 <아모레미오>는 충분히 호평 받을 수 있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해창을 연기한 배우가 정웅인이 아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말처럼 정웅인의 연기는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80년대 노동자와 가짜 대학생, 50이 넘은 중년 남성까지 시간대별로 성격이 달라지는 인물을 완벽하게 표현해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영화 <친구>의 이미지로만 기억되던 김보경 역시 80년대 운동권 학생과 늙고 병들어버린 현재의 모습을 깊이 고민한 흔적이 작품에서 충분히 나타나고 있고, ‘차도녀’에서 발랄하면서도 앙큼한 모습으로 변신한 박탐희의 모습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이와 함께 김영재는 10년이 넘는 연기내공을 갖춘 배우답게 ‘훈남 선배’와 ‘프락치’로 고통스러워하는 이중적인 모습, 훗날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믿는 대기업 부회장의 모습을 적절하게 표현했고, 연극배우로 유명한 서현철 역시 앞에서는 운동권 학생들에게 더 친절한 식당 주인이지만 뒤에서는 ‘프락치’를 조종하는 인물로 등장해 무대에서 보여준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표출했다.

<아모레미오>는 사랑의 완성을 향해 달려가는 드라마다. 지금까지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주인공들의 운명을 바꾼 과거사를 밝혀내는데 주안점을 둔 것과 달리, 마지막회에서는 해창의 바람처럼 수영에게 그녀의 딸이자 자신의 딸이기도 한 미래의 결혼식을 보여줌으로써 모든 것을 용서하고 한결같은 사랑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지금 이 시기에 해창의 지독하면서도 한결같은 사랑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젊은 세대들에게 이 우직한 남자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차분히 돌아보게 만들며 큰 울림을 전하고 있다.

한편 살인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스릴 넘치는 추리극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한 여자를 위해 온 몸과 마음을 바쳐 희생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로 빠져나오게 되는 기막힌 이야기구조를 갖춘 <아모레미오>가 마지막 이야기까지 호평 받으며 ‘명품 드라마’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 http://www.unionpress.co.kr/news/detail.php?number=145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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