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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과 늙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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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과 늙음?

김창식 2015. 6. 16.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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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것은, 아니다.

 

 어둠 속에 낮아 있었지만 내 온몸은 풍뎅이처럼 부풀어 있었다. 마음을 내려놓으려 할수록 분노가 내 속에서 놀라운 폭발력으로 빅뱅을 거듭하고 있었다. 늙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니다, 라고 나는 말했다. 노인은 '기형'이 아니다, 라고 나는 말했다. 따라서 노인의 욕망도 범죄가 아니고 기형도 아니다, 라고 또 나는 말했다. 노인은, 그냥 자연일 뿐이다. 젊은 너희가 가진 아름다움이 자연이듯이,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노인의 주름도 노인의 과오에 의해 얻은 것이 아니다.

 

- 소설 은교 中 -

 

 하지만 나이는 그저 사람에게 주어진 자연일 뿐이다. 당신들이 가진 나이가 자연이듯이, 당신들의 나이가 당신들의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의 젊음도 우리의 과오에 의해 얻은 것이 아니다.

 

 벼는 익어갈 수록 푸르른 논이 서서히 노란빛으로 물들어 가게되고, 빳빳했던 고개는 서서히 숙여간다. 고개를 숙인 벼는 죽음에 이르러 많은 이들에게 쌀이 되고 떡이 되고 밥이 되어 사람들의 배를 풍족히 하고, 여남은 씨앗은 다시 새생명이 되어 고개를 숙여갈 것이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고 노란 빛이 아니라고 하여 그저 쓸모없는 벼라고 할 수는 없다. 벼는 익기 위해 햇빛을 쬐러 더욱 뻣뻣하게 고개를 쳐들었고, 세상에 지쳐 고개를 숙였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저 당신들이 얻은 연륜이 그 결과임에도 결과만으로 세상은 움직이지 않는다. 당신들이 다녀간 흔적을 잊고 우리가 밟는 뒷걸음이 과오를 범한 듯 고개를 꺾으려 하는 것은 아직 파릇파릇하게 살아있고 싶은 우리의 열정을, 자연의 섭리를 어긋나게 하려는 것에 불과할 뿐

 

 그러니 이것도, 아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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