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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놈, 네놈은 대체 뭐하는 놈이냐.- 영화 '베놈' 후기

김창식 2018. 10. 1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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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영화 '베놈'을 보고 왔습니다. 10월 3일에 개봉한 영화인데 2주가 지났네요.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보고 왔습니다. 현재 누적관객 335만명을 기록하고 있네요. 우락부락한 몸매에 귀여운 마스크를 지니신 톰 하디가 주연으로 나왔습니다. 마블의 영화로는 첫 작품이군요. 네이버 영화에 소개된 베놈의 줄거리와 출연진 잠깐 보고 후기를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줄거리


영웅인가, 악당인가

진실을 위해서라면 몸을 사리지 않는 정의로운 열혈 기자 '에디 브록'

거대 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뒤를 쫓던 그는 이들의 사무실에 잠입했다가 실험실에서 외계 생물체 '심비오트'의 기습 공격을 받게 된다.

'심비오트'와 공생하게 된 '에디 브록'은 마침내 한층 강력한 '베놈'으로 거듭나고, 악한 존재만을 상대하려는 '에디 브록'의 의지와 달리 '베놈'은 난폭한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데...!


지배할 것인가, 지배당할 것인가


감독 / 출연진


루벤 플레셔 - 감독

톰 하디 - 에디 브록 / 베놈 역

미셸 윌리엄스 - 앤 웨잉 역

리즈 아메드 - 칼튼 드레이크 / 라이엇 역

제니 슬레이트 - 도라 스카스 역

레이드 스콧 - 댄 루이스 박사 역


지금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들어있습니다!!


이번 베놈에서 가장 돋보인 건 톰 하디의 연기변신이었습니다. 톰 하디 주연의 영화를 많이 본 편은 아니지만, 매 순간순간 배역의 연구에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하나의 배우가 다른 배역을 연기하는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실히 해내고 있습니다. 톰 하디와 기자라는 직업의 매칭은 사실 좀 상상하기가 어려웠는데 말이죠. 다만 그의 CG에 맞서는 연기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믿고 보는 톰 하디의 연기


사실 이번 베놈이 CG씬을 제법 잘 만들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런 영웅물의 주된 볼거리가 바로 CG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베놈이 등장하여 드레이크 박사의 경호대들과 맞서 싸우는 건 거의 애기 다루는 수준에서 끝납니다. 이건 그래도 괜찮습니다. 우리의 베놈은 짱짱맨이니까요. 하지만 최강의 심비오트인 라이엇과 싸우는 장면이 고작 몇 분에 불과하다니... 이 부분에서 실망한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심비오트가 불에 약하다고 날아가는 우주선 배를 갈라서 폭파시킴으로써 최강의 심비오트 라이엇이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장면을 보면... 좀 허탈한 심정까지 들었습니다.(게다가 베놈은 왜 안죽냐?


▶ 악당인가, 영웅인가 뭐하는 놈이냐


또한 15세 관람가라서 그런지 확실히 타격감이 보다 반감되어 느껴지기는 합니다. 너무 잔인한 장면은 배제해야 되겠지만.... 그래도 그런 호쾌한 액션의 열기를 분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피가...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나만 나쁜놈이야?)


또한 심비오트 결합에 맞는 숙주를 찾는게 그렇게 어렵다더니, 그게 하필이면 취재하다 짤리고 연구실에 잠입한 기자고, 그 연구실을 운영하는 박사일 줄이야. 이런 우연도 남발하면 관객들은 피곤한 법입니다. 심지어 여주인 앤도 베놈과 잘 결합하고... 원래였으면 죽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숙주가 옮아가는 과정을 키스신으로 연출한 것은 참신하긴 했지만 그 때 뿐이었습니다.


▶ 내가 결합이 잘되는 걸 미리 알았으면 진작에 지구 정복하는건데 말야


사실 이런 언행 불일치가 영화 전반에 걸쳐 몰입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모든 이야기는 다음을 예측할 수 있게 만드는 복선을 안고가야 하는데 이건 앞의 말이랑 전혀 맞지를 않으니... 오히려 관객들이 이야기의 흐름에 갈피를 못잡는거죠. 


앤의 애매한 포지션도 좀 답답했습니다. 짤려서 에디를 떠났으면 떠난거고 보고싶어 찾아온 전 남친을 단호하게 보내지 않았나요? 갑자기 정내미 떨어진 전 남친이 뭐가 갑자기 측은하게 보여서 병원을 데려가고 감싸고 키스를 하고... 그래서 종국에는 에디에게 다시 돌아간건지 그 의사를 계속 만나는 건지.. ㅉㅉ 이쯤 되면 에디를 진정으로 걱정해 준 앤의 남친이 불쌍할 지경입니다. 여주 자체의 포지션이 애매하다보니 그녀의 활약상도 보다 낮잡아 느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친이 너무 불쌍해


이 모든 것을 두고서라도 이 영화에서 가장 잘못 설정한 것은 바로 베놈 캐릭터의 정체성입니다. 아마도 많은 관객들이 가장 어이없어하는 점일 것입니다. 처음에는 자기 친구들을 데려올거라면서 갑자기 이 별이 좋아졌다느니, 그게 에디 때문이라느니.... 자기랑 같은 동족이랑 싸움을 벌이고 동족은 1도 없는 낯선 행성에 갑자기 정착하는게 쉬운 일도 아니고... 107분이라는 상영 시간안에 베놈의 정체성을 보여주는게 그렇게 힘들었다면 시간을 더 줘도 관객들은 충분히 이해하며 러닝타임을 즐겼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수위 낮춘다고 러닝타임 자를 거면 기왕 만들거 180분 만들지 그랬냐)

베놈의 포스터에 등장하는 문구인 '영웅인가 악당인가'를 차라리 '이건 뭐하는 놈인가'로 바꾸는게 나을 수도 있겠네요. 마블 최초의 빌런히어로를 표방하고 나왔는데 말이죠... 개인적으로 데드풀도 악의 요소를 갖춘 히어로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심지어 스토리의 전개도 기존의 영웅이 탄생하는 과정과 겹치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주인공이 있는데 형편없음 → 어떤 계기로 외계생명체 혹은 이상한 물질 등과 결합함 → 말도 안되는 힘이 생김 → 근데 악당은 그보다 더 쎈 특성을 갖고 주인공을 공격함 → 하지만 역경을 헤쳐내고 이김 (여주와의 키스와 로맨스는 덤) 


이쯤되면 과학이네요. 이런 전통적인 영웅물 영화에 숙주를 가진 베놈이라는 특성만 넣어서 나온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너무 진부하죠. 또한 영웅물은 영웅의 활약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액션의 화려하고 파워풀한 연출력만 제대로 갖춰지면 기본적으로 흥행의 요소는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마저도 다른 영화에 비해 많이 부족해서 실망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평점 및 총평


베놈.. 네놈은 대체 뭐하는 놈이냐.


10점 만점에 4점..


마블 최초의 빌런 히어로물을 제시했지만, 그 데뷔는 그닥 성공적이지는 못할 듯합니다. 물론 화려한 액션신이 녹아있기는 하지만 그걸로 연출력을 높이 평할 수는 없고요, 스토리의 전개도 그닥 개연성이 떨어져서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네요. 톰 하디의 연기만 보다가 나온 느낌입니다. 근데 그럴거면 덩케르크나 레버넌트 이런걸 봐야지 뭐하러...


아 그리고 해당 영화는 마블 오리지널이 아니라 소니에서 판권을 받아 개봉한 영화라고 하니 마블 오리지널 영화와 다르다는군요. (그래서 망했나... 중국때문에 망했나... 아무튼 영화는....) 영화 말미에 쿠키 영상이 있는데, 아마 2탄이 개봉할 것 같습니다. 2탄에서는 더욱 화려한 액션신과 알찬 스토리를 안고 나타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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