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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치달은 폭주기관차.- 영화 '명당' 후기

김창식 2018. 10. 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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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 '명당'을 본지는 시간이 좀 되었고 후기를 써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역시나.... 이제야 쓰게 되었습니다. 관상을 봤는데 궁합을 안봐가지고... 다 보고 리뷰를 써야할거 같아서..;; 여하튼 관상을 첫 작품으로 하여 궁합, 명당 순으로 역학 시리즈 3부작이 나왔는데요. 과연 명당은 과거 두 작품에 비해서 어떨지 후기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리자면 영화 관상은 관객 900만명을 동원한데다가 빼어난 작품성을 보유한 명작이었죠. 그 뒤에 나온 궁합은... 참패를 당했고요... 손익분기점이 200만명정도 였는데 관객 130만명을 동원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역학시리즈의 마지막인 명당에서 만회를 해보려는 노력이 있었는지 시리즈물끼리 서로 비교를 해보고 작품 자체는 어떤 특징이 있었는지 두 부분에 중점을 두고 영화를 본다면 감상하는 재미가 보다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캐스팅이 우선 화려하네요. 조승우(박재상 역), 지성(이하응 역), 김성균(김병기 역), 문채원(초선 역), 유재명(구용식 역), 박충선(정만인 역), 백윤식(김좌근 역), 이원근(헌종 역) 등등... 무엇보다 조승우와 지성의 연기가 무척이나 기대된 영화였습니다.


▶ 영화 '명당' 포스터 - 다들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작품의 제목 그대로 영화 '명당'은 땅의 기운을 점쳐서 인간의 운명을 바꾸려고 하는 자들의 혈투를 다룬 그런 영화입니다. 무엇보다 포스터가 제법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든 인물들이 다 옆태만 보이고 다들 어디를 쳐다보는 모습이죠. 다들 자신들의 운명을 바꾸어줄 최고의 땅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요?


이제부터는 영화의 줄거리를 포함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스포일러라구)


영화의 장점을 먼저 살펴볼까요.


1. 명당이라는 소재의 참신성


영화의 런닝타임은 126분입니다. 생각보다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전개해서 제법 지루한 감은 없었습니다. 풍수지리 이런 소재를 영화에서 잘 다루지도 않고 이렇게 주된 요소로 삼지도 않다보니 새로운 소재에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다 그랬던거 같아요. 참신한 소재를 사용한 것 자체가 관객들의 이목을 끌기 좋은 요소입니다.


2. 출중한 연기력


확실한 것은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주 일품이었습니다. 사실 영화라고 하는 것이 장면장면 최대한 편집해서 올린다고 하더라도 배우들의 내공은 다 드러나기 마련이죠. 마치 영화가 조승우와 지성의 연기 대결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서로 누가 더 연기를 잘하나 내기하는 듯한 강렬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조승우 님은 무슨 배역을 하셔도 다 잘 소화하실거 같아서 정말 믿고보는 배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조승우의 연기는 뭘 해도 어울려


지성 님의 연기는 정말 훌륭하시지만 제가 그런 광기어린 지성의 연기를 몇번 보다보니 약간 식상하다는 개인적인 느낌이 있었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 그렇다고 시선처리나 발성, 표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ㅠㅠ


▶ 지성의 광기어린 연기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3. 조연이 돋보이는 영화


또한 빛나는 조연들의 연기가 돋보였는데요, 박재상의 절친 구용식 역을 맡아주신 유재명님. 연기도 오래하셨고 내공도 많으신 분 같은데 왜 저는 몰랐을까요 ㅠㅠ 명당이 조금만 더 흥행했다면 감초같은 조연으로 더욱 빛을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또한 박재상 다음가는 풍수사 정만인을 연기하신 박충선님의 악인 연기는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궁합에서는 내시로 잠깐 나와서 크게 임팩트가 없었는데, 이번에 비중있는 조연을 맡으셔서 자신의 연기력을 한껏 보여주신 거 같아서 정말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하응의 동생 이원경 역을 맡으신 강태오님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이렇듯 비교적 가려져있던 조연들을 부각시켰다는 점 아주 칭찬하고 싶습니다.


▶ 박재상의 옆을 항상 지키는 영혼의 절친 구용식을 연기해주신 유재명 님


하지만.... 비판을 할 것은 해야겠네요. 다음은 단점입니다.


1. 세도정치를 너무 과도하게 표현한 것 아닌가?


역사적 지식이 어느정도 있으시면 다들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조선 후기 세도정치기 혼란했던 정국을 배경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장동 김씨의 왕가를 향한 악랄한 전횡이 보면 아주 치가 떨리게 그리고 있는데요, 아니 아무리 조선시대에 왕권이 약화되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왕을 능멸한 사례는 전무하죠. 만약에 정말 그런식으로 능멸을 했다면 벌써부터 자기 꼭두각시만 왕으로 앉히고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아들이 고종으로 즉위할 일도 없었겠죠. 무슨 왕이 무릎을 꿇고 김좌근에게 애걸복걸을 다... 이건 실화 각색이 아니라 거의 왜곡 수준입니다.


▶ 실제로 당시 왕을 김좌근처럼 능멸했다면 장동 김씨는 씨가 말랐을 지도 모른다.


2. 어이 없는 살육이 너무 많다


또한 쓸데없고 어이없는 살육이 너무 많습니다. 김좌근(백윤식 분)이 궁지에 몰리게 되자, 배신을 하려는 양반 수십명을 한꺼번에 죽여버리고, 그의 아들 김병기(김성균 분)는 아버지를 목졸라 죽이고... 아무리 묫자리가 좋다고 해도 이런 패륜을 저지르다니요. 가야사에서의 칼싸움은 무슨 동네 병정놀이도 아니고 이하응을 공격하러 온 병사들이 갑자기 배신을 때린다거나(?), 이하응이 김병기를 제압해서는 죽이지는 않고 엉뚱한 소리를 해서 살려보내고.... (둘이서 싸우지 병사들은 무슨 죄냐) 덕분에 신박한(?) 전개로 이끌 수는 있었겠지만 짜임새 없는 구성을 낳아 오히려 극의 개연성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끈끈한 부자관계에서 갑자기 패륜이 나오는 전개를 이해할 수 없다.


3. 초선의 포지션이 애매하다


초선(문채원 분)의 존재도 사실 좀 희미한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 조승우와 지성에게 정보 퍼주다가 들켜서 매맞아 죽는 역할이 전부라니... 홍일점으로 나온 배우에게 너무 홀대하는 감이 없잖아 있었네요. 문채원 님은 뭔가 조선시대 기녀를 연기하기 위해 살을 좀 찌우신 모양인가요..? 배우의 연기력과 노력이 더욱 돋보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4. 땅만 잘쓰면 무조건 흥한다?


아무래도 웰메이드 사극이었던 전작 관상과 비교를 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관상이 최고의 관상가라는 김내경(송강호 분)이 어떻게 해도 할 수 없었던 운명의 거대한 흐름에 맞서지 못한 채 좌절해 가는 모습으로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담아내려고 했다면 영화 명당은 철저하게 운명을 만들어가는 자들의 혈투를 다루고 있습니다. 


▶빨리가기만 하면 가야사가 내 땅이 되고 내 아들, 손자가 황제가 된단 말인가?


관상의 결말은 결국 자신이 아무리 바꾸려고 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만다는 허망한 느낌을 주기도 하며 여운을 남기는데요, 명당에서는 이름난 풍수사가 이르는 대로 하면 흥망이 모두 맞아 떨어지는 스토리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반복될 수록 람들은 이야기에 대한 피로감을 경험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묫자리 하나 쓰겠다고 1000년 사찰을 불태우는 것도 좀 억지스러운 설정입니다. 그 당시 왕족이었지만 상갓집 개로 불렸던 이하응이가 무슨 권력이 있어서 오래된 절을 통째로 불을 지를 수 있었는지... 

 

10월 5일 기준 약 200만명이 관람했는데요, 아마 묘하나 잘써서 팔자 고쳐보겠다고 서로 칼부림하는 행위 자체가 터무니 없어 관객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흥행이 부진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손익분기점 300만)


5. 서간도와 신흥무관학교를 왜 건드렸나


영화의 극후반에 박재상이 독립운동가들에게 서간도를 짚어주고 신흥무관학교를 지으라며 보물을 내어주는 장면은 사실 기가막혔습니다. 서간도에 땅을 잘써서 독립운동이 잘되었다고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제 생각에는 오히려 독립운동가들이 서간도에 터잡아 척박한 땅을 일구고 한인 사회를 구축한 노력을 오히려 땅 잘써서 흥했다는 식으로 말하는거 같아서 조금 부정적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간도는 조선시대부터 일찍이 조선사람들이 많이 가서 살았던 장소였으며, 이후 독립운동의 터전이 된 이유도 그렇게 터전이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일제의 눈을 피해 활동하기 좋았기 때문입니다. 이런식으로 사실을 놔두고 거짓을 논해서는 안돼죠. 문제가 큽니다.


6. 연기력 논란


헌종(이원근 분)의 연기력이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여친님과 함께봤었는데, 여친님은 헌종이 극의 몰입감을 떨어뜨릴 정도로 연기를 못해서 실소가 나왔다고 하더군요. 생각해보니 그랬던거 같기도 하구... ㅎㅎ



평점 및 총평.


산으로 치달은 폭주기관차 


10점 만점에 5점!!


배우들의 전반적인 연기력에서 호평이 있고, 생소한 주제를 삼아 제법 흥미를 주었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또한 네임드 배우들 뿐만 아니라 주목을 받지 못했던 조연들의 비중도 높게 삼았다는 점에서도 좋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하지만 이런 출중한 연기력과 소재들로 무장시켜놓고 활용을 너무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가 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건지... 사실 이야기의 흐름과 구성 결말만 보면 훨씬 더 낮게 평점을 매기고 싶었습니다만....


역학시리즈는 결국 관상을 제외하고 궁합, 명당은 참패를 기록하게 되었네요. 리뷰를 쓰지는 않았지만 궁합은 명당보다 더 낮은 평점을 줄만한 영화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렇게 따지면 전작보다는 발전이 있었던....(말이야 방구야?)



명당 후기 포스팅은 여기까지!


사진은 네이버 영화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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