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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수면위로 떠오른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하여

김창식 2018. 7. 1.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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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와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런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알아보기로 할 텐데요, 그 전에 몇가지 용어에 대해서 정리를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저는 육군 병장으로 전역하고 예비군도 다 받았으니 몇가지 편견에 대해서는 자유롭다고 생각합니다.


양심의 자유


양심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라고 합니다. 예문을 보면 '양심의 가책을 받다.', '양심에 따라 행동하다.'등 이렇게 쓰일 수 있겠습니다. 평소에 우리가 '너는 양심도 없는 사람이다.'등 양심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쓰는 느낌을 따져보면 양심이라는 것이 사람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선량한 마음 정도로 생각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 양심은 자신의 주관적 가치판단에 따른 옳고 그름에 관한 내적 믿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게 뭔 개소리야?


양심의 자유란 한마디로 어떤 생각을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가지는 것은 본인의 자유라는 것입니다. 선량한 마음을 가지는 자유라는 것이 아니란 말이죠. 양심의 자유의 내용은 '양심을 결정할 자유'와 '침묵의 자유'로 나뉩니다. '내가 마음속으로 어떻게 생각할지 말지를 내가 스스로 결정할 자유'가 바로 '양심을 결정할 자유'이고 '내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것을 드러내지 않을 자유'가 바로 '침묵의 자유'입니다.


양심의 자유는 보통 종교와 결부되어 나타나게 됩니다. 헌법학에 따르면 종교의 자유나 사상의 자유를 양심의 자유에 포함하여 개념 짓기도 합니다. 한국의 헌법에는 따로따로 명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내면의 신념과 관련지어 생각해보면 상통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한 예로 과거 일본에서 기독교를 탄압하던 시절에 십자가를 밟고 지나가라는 식으로 사상을 검증했던 것을 보면 자신의 마음 속에 있던 그 신념을 밖으로 드러낼 지 드러내지 않을 지를 결정할 자유가 없었던 거겠죠. 저처럼 종교가 없는 사람이 '그냥 그까이꺼 시원하게 십자가 한 번 밟고가면 되지 어떻느냐?'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신념을 타인이 마음대로 한다면 자유가 보장된 국가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며, 자신의 뜻대로 인생을 살아갈 자유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노양심', '양심도 없는 놈' 처럼 쓰이는 양심의 개념이 아닙니다. 단적으로 양심이란 '내 신념'입니다. 내가 속으로 무슨 신념을 갖든 그건 나의 자유라는 것입니다. 그 양심의 개념과 도덕적으로 선량한 마음과 상응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우선 확실히 해두어야겠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무엇인가


양심적 병역거부의 의미란 종교적 신앙이나 개인적인 신념 때문에 군복무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하지말고 종교적 병역거부라고 해라.', '양심도 없는 놈들이 무슨 양심적 병역거부냐.'하는 인터넷의 반응들을 볼 수 있는데 제가 위에 말씀드린 양심의 자유와 더불어서 생각한다면 왜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하는지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몇 번을 얘기해도 이해를 못하는 사람이 있어)


헌법 제 19조에 양심의 자유가 명시되어 있고, 그 양심에 자유에 따라서 군대에 입대하는 것을 거부하는 행위 전반을 말하기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한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에 양심적 병역거부는 크게 종교적이거나 아니면 개인적인 신념에 따른 것으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병역거부중에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원인은 바로 여호와의 증인입니다. 매년 발생하는 병역거부자의 99%가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인데요, 이들은 자신들의 성경 교리에 따라서 집총 자체를 거부한다고 합니다. 이외에 불교 신자들도 병역거부하는 사례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불교의 역사를 짚어보았을때,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살생을 막기 위해서 들고 일어나야한다는 호국불교의 성격이 강하게 이어져왔기 때문에 불교의 교리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례 보고는 적습니다.


이런 종교적인 이유 외에 무정부주의, 전쟁을 거부, 평화주의자 등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례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이슈는 항상 크게 터트려왔지만, 실제로 이런 자들의 비율은 전체 병역거부자(도 적은데 그 중)의 0.1%도 채 되지 않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이때까지 한국에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은 2만여 명정도 되고 매년 700명 정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특히 징병제로 병력을 유지하는 한국의 특수성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를 쉽게 인정해 줄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이때까지 양심적 병역거부를 외쳐왔던 사람들은 모두 병역의 의무 대신에 1년 6개월 정도의 징역을 살고 나왔습니다. 당연히 전과자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생활하는데 제약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런 문제로 인해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도 소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와 양심적 병역거부



최근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병역법 88조 1항(입영의 통지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날 때까지 입대하지 아니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의 위헌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합헌 4, 위헌 4, 각하 1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습니다.(재판관 6인 이상이 위헌으로 판단해야만 위헌판결이 납니다. 과반수가 아닙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조항이 합헌이라는 판결은 이번이 네 번째인데요, 2004년 8월과 10월, 2011년 8월 세차례에 걸쳐서 모두 재판관 7명 합헌, 2명 위헌 의견으로 병역법 조항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번에는 합헌 판결이 났더라도 위헌 의견 재판관이 4명이나 나왔는데요, 다음번에는 뒤집어 질 가능성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번에는 종교나 양심을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한 이들을 위해 대체복무를 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재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안없이 처벌해서야 되겠느냐는 취지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헌재가 머지않아 병역법 88조 1항을 합헌으로 판결하기 전에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전제조치를 이와 같은 방법으로 시행했다는 느낌이 없잖아 듭니다. 결국 헌재의 판결에 따라 정부는 2019년 12월 31일 안에 대체복무제도를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런 시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 몇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고 저의 사견을 써보겠습니다. 우선 저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일정부분 인정해주어야 하며 대체복무를 마련해야 된다는 입장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쟁점들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쟁점을 몇가지 꼽아보자면 가장 기본적으로 군 복무자와의 형평성 논란을 제일로 꼽을 수 있으며, 안보 무임승차론, 한국의 안보상황의 특수성, 양심적 병역거부자 심사의 곤란성 등을 이야기 해볼 수 있겠습니다.


1. 군복무자와의 형평성



단적으로 군복무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현재 이슈가 되는 원인 중 가장 큰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누구는 모래밭에서 구르고 어리버리깐다고 욕먹고, 고생고생하면서 20대 귀한 청춘의 거의 2년을 허비하는데, 자기가 믿는 종교를 핑계(인지는 모르겠지만)로 군대를 빠지면 너무 불공평한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특히 만기제대한 남성들은 몸이 좋지 않아서 면제를 받거나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사람들마저도 아니꼽게 바라보는 상황에서 몸도 성한 사람들이 군대를 안가겠다니 뒷골이 당기고 부아가 치미는 일입니다.


사회복무요원 제도를 도입한 것 자체가 애당초 군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몸이 안좋거나 여러 이유로 사회복무요원이 된 사람들은 육군보다 무려 3개월이 긴 2년을 복무하게 됩니다.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몸도 성한데 이보다 더 강도가 높거나 기간이 긴 대체복무로 방향이 정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군 복무와 관련된 것은 어디까지나 국가안보와 결부시켜서 생각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군에서 X뱅이 쳤다고 불공평하다고 너도나도 군대가라는 건 군대의 본질을 망각한 논리입니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군대가 존재하는 것이고 군 복무를 하는 행위가 국가의 안보와 존립을 위해서 의무를 지는 것이라 생각해야지 기본적으로 어느정도 이상의 병력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형평성을 논거로 전부 군대를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세금, 인력 낭비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위의 언급과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와 결부시켜서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순전히 내면의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이지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형평성을 근거로 군복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번 기회에 언급을 해보았을 뿐이니 오해 없으시기를!


2. 안보 무임승차


'평화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쟁을 막기위해서 군대가 존재하는 군대의 역설' 등으로 언급하는 안보의 중요성은 사실 현재 세계에서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상식이죠. 군인들이 이룩한 평화에 무임승차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전부 따져보면 한국에 이런 안보 무임승차를 누리는 자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몇몇 남성주의자들에 의하면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이 이미 무임승차를 하는 것이죠. 거기에다가 아프다고 면제받은 남성들이나 더 나아가서는 방위산업체와 사회복무요원들까지 무임승차의 범위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선 장애인들과 여성은 논외로 봐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여성을 징병하는 경우는 병력의 절대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력이 정말 부족해서 시행하는 것입니다.(이스라엘이 그 예) 기본적인 피지컬 자체가 남성과 여성이 게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정말로 필요한 병력이 남성으로 충족이 된다면 철저히 경제적인 이유로 따져봤을때, 굳이 여성을 쓸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형평성 관련 내용은 위에 이야기했으므로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렇자면 과연 방위산업체 대체복무를 하는 사람들은 안보에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들일까요? 아마 일반적인 여론으로 보았을때 이 사람들은 아니라고 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피치 못할 이유로 군대를 빠졌으니 다른 복무를 해서 땜빵(?)이라도 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를 부여한다면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요. 수긍할만한 정도의 대체복무를 부여하면 과연 이를 안보 무임승차로 봐야할 것일지 의문이 듭니다. 


그 대체복무가 어떻게 정해질지는 모르겠지만, 복무자들도 수긍할 정도로 합당한 기간과 강도, 그리고 정말 국가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목적으로 정해진다면 그것을 안보 무임승차로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3. 한국의 안보상황의 특수성




우리나라가 징병제를 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바로 안보 상황의 특수성입니다. 북한이라는 반국가단체가 휴전선 위에 도사리고 있는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현존하는 국가의 위기에 대응하는 적절한 방법이 결코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상당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해에 700명에 불과하긴 합니다만, 점점 병력자원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나중되면 한사람이라도 더 귀해지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이런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온 배경이 북한과의 화해무드가 조성되었다는 정치적인 배경이 깔려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향후 분위기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이런 안보상황의 특수성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를 인정하는 보다 강력한 근거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양심적 병역거부자 심사의 곤란성


제일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내가 마음먹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끝까지 우겨대면 결국 대체복무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양심이라고 하는 것이 내면에 있는 것인데 잘만 꾸미면 대체 누가 내 마음을 알 수 있겠습니까.


진짜 군대 한번 피하고 싶어서 여호와의 증인으로 개종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처럼 종교에 민감한 사람들이 쉽게 개종하리라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거니와 세계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심사와 관련하여 논란이 발생한 사례가 거의 전무합니다. 거기다가 대체복무를 합당하게 지정한다면 대체복무 한번 할거라고 개종하는 미련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체복무는 앞으로 어떻게 정해질까


위 네가지 쟁점 외에도 많은 이유들이 자리하고 있겠지만, 거의 대동소이하다고 봅니다. 내면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묻는다면 자신의 거부할 수 없는 신념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라면 제한된 선에서 인정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비율이 거의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세계적으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매우 적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지 않을까합니다. 


결국 대체복무가 어떻게 정해지는가가 최대의 관건으로 떠오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가 어떻든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국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해져야 합니다. 몇가지 대안을 바탕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아직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으니, 그 동안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서 대체복무를 정해야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덜 하겠지요. 


아까도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 군 복무에 상응할 정도의 강도와 출퇴근을 가정할 경우 사회복무요원보다 더 긴 기간이 요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도를 억지로 높이는 일을 만들 수는 없어도, 현재 신체적으로 약간 부자유스러운 사회복무요원이 맡기에 버거운 노동들을 담당하거나 군대 내에서 군복을 입지 않고 할 수 있는 복무를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앞으로 우리들의 여론이 대체복무를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될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번씩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글을 쓴 것도 있으니 긴 글 읽어 주셨다면 우선 감사드리고, 꼭 한번씩 생각해주시고 어떤 방향이든 의견을 표명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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